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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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시장에서 시가총액 1, 2위 가상자산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거래량이 감소한 반면 리플과 솔라나의 투자 비중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이 가격 상승을 이끌 만한 호재가 소진되면서, 투자자들이 다른 주요 코인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가상자산 통계 플랫폼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리플의 거래량은 3억9915만달러(약 5500억원)로 전체 코인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비트코인의 하루 거래 규모는 1억6949만달러(약 2340억원)로 리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 거래량은 5732만달러(약 788억원)로 6위에 머물렀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더리움의 경쟁 코인으로 꼽히는 솔라나의 거래량은 8870만달러(약 1220억원)로 전체 가상자산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
다른 거래소인 빗썸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리플의 하루 거래량은 9400만달러(약 1300억원)에 이른 반면, 비트코인 거래량은 4300만달러(약 591억원)으로 절반 수준을 밑돌았다. 솔라나도 1955만달러(약 270억원)가 거래돼 이더리움(1423만달러)을 앞섰다.
1, 2위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의 합산 점유율은 95%를 넘는다. 사실상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리플과 솔라나가 각각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거래량을 큰 격차로 추월한 셈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승인한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 3월 중순 국내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1억원을 넘어서며 연초 대비 40% 넘게 상승했다. 이어 4월에는 채굴 보상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도래하면서 재차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반감기를 지난 후 비트코인 가격은 약세를 보였고 3개월 넘게 1억원 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대량의 비트코인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는 등 악재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추가 상승 기대감이 줄면서 국내에서 비트코인 거래량도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SEC는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출시를 지난 22일 승인했다. 그러나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된 후 이더리움 가격은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형 호재가 실현된 이후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국내 시장에서 거래 비중이 크게 늘어난 리플은 가격도 눈에 띄게 오르는 추세다. 이달 초 업비트에서 600원에 거래가 됐던 리플은 이날 900원을 넘어서며 약 한 달 만에 50%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2020년부터 4년을 끌어온 SEC와의 법적 분쟁이 곧 마무리 될 가능성이 커진 점이 호재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리플의 발행사인 리플랩스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는 “SEC와의 합의 가능성 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는 어렵지만, 법적 분쟁이 가까운 시일 안에 마무리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코인 전문 매체인 크립토포테이토는 지난 15일 프레드 리스폴리와 제레미 호건 등 가상자산 전문 변호사들이 올 여름 양 측이 합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SEC는 지난 2020년 리플이 증권성 코인에 해당된다며 리플랩스를 증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이에 리플랩스도 SEC를 상대로 맞소송을 걸었다. 미국 뉴욕지방법원은 지난해 7월 리플랩스의 손을 들어줬지만, SEC는 즉각 항소했다. 리플은 올해 들어서도 SEC와의 소송에 대한 우려로 가격이 크게 못했다. 그러나 분쟁이 끝날 경우 지금껏 눌려왔던 가격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최근 투자가 몰리고 있다.
솔라나의 경우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어 가상자산 현물 ETF의 세 번째 기초자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거래량이 증가했다.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반에크는 지난 27일 SEC에 솔라나 현물 ETF의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솔라나는 이더리움처럼 결제 기능은 물론 계약서와 전자투표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제공한다.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CEO는 지난해 “솔라나가 이더리움보다 더 빠르고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SEC가 솔라나 현물 ETF에 대해서도 승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뚜렷한 호재가 있는 코인에만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비트코인, 이더리움이 다시 상승 동력을 얻을 수 있겠지만, 최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등장으로 다시 반등 여부를 점치기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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