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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하마스 “수장 하니야 피살 배후는 이스라엘”…중동 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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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취임식날 테헤란서 사망

하마스 “보복”…확전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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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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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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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62·사진)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31일 오전(현지 시간) 암살됐다. 이란과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한 가운데 지난해 10월 발발한 ‘가자전쟁’의 주도자 중 한 명으로 여겨져 왔고, 최근에는 휴전 협상에도 관여해 온 하니야의 사망으로 중동 내 긴장이 고조되고, 확전 가능성도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성명을 통해 “범죄자이며 테러리스트인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하니야를 암살해) 가혹한 징벌을 자초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이스라엘이 하니야를 암살했다며 보복을 천명했다.

하니야는 전날 마수드 페제슈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했다. 이스라엘은 관련 논평을 내놓지 않았지만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스라엘군은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지역을 공습해 친이란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고위급 지휘관이며 대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해온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슈크르의 사망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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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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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이스마일 하니야)의 피에 대한 보복을 하는 것을 의무로 여겨야 한다.”

31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암살 당하자 이란 권력서열 1위인 알리 하메네이 국가최고지도자는 보복을 강조하며 이 같이 박혔다.

이란은 자국 수도 한복판에서 그것도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 직후 하니야가 암살당한 것에 분노하고 있다. 신정일치 국가 체제인 이란은 하니야가 암살당하기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하메네이와 회동했던 것에도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중동에서 패권을 지향하는 자국 위상에 큰 타격일뿐 아니라 심각한 안보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은 물론이고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 친(親)이란, 시아파 무장단체와 이스라엘 간 충돌도 계속 발생하면서 중동 전체가 전쟁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하니야 사망 직후 하메네이와 이란 내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혁명수비대 고위 관계자들은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에는 혁명수비대 내에서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같은 무장단체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쿠드스군 사령관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공격 주도한 하니야


하니야는 1963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샤티 난민캠프에서 태어났고, 대학생 시절 하마스 창설자인 아흐메드 야신(2004년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반이스라엘 투쟁에 가담했다. 1987년 하마스가 설립된 뒤 야신과 함께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대규모 민중봉기)’를 주도했다.

하니야는 2017년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가 됐고, 한 해 뒤 미국으로부터 ‘테러범’으로 지정됐다. 그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감행한 이스라엘 공격의 기획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당시 공격 첫날에만 약 1200명의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이 숨졌다. 하마스를 포함해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가장 많은 이스라엘인이 사망한 사건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하니야를 제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올 4월 가자지구에 머물던 하니야의 세 아들과 네 손주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졌다.

● 이-하마스 휴전 난망 및 헤즈볼라와 확전 우려

하니야의 사망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가자지구 전쟁 휴전을 위한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니야는 하마스 군사지도자 야흐야 신와르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온건, 실용주의 성향인 것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하니야는 ‘하마스 외교 정책의 얼굴’이었다”며 휴전이 어려워졌다고 평했다. 알자지라방송은 하니야 암살을 통해 이스라엘이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30일 헤즈볼라의 핵심 군 지휘자으로 대(對)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해온 푸아드 슈크르 암살을 위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지역을 직접 공격하면서 확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슈크르가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헤즈볼라는 사망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최근 헤즈볼라가 감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골란고원(이스라엘 점령지)에 대한 공격으로 어린이 12명이 사망한 것에 따른 보복이다. 당초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하마스보다 군사력과 무기 수준이 월등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전면전을 우려해 왔다. 또 이스라엘에 베이루트 공격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극우 연정을 유지하기 위해 휴전보다 전쟁 지속을 선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패 등 개인 비리로 이스라엘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는 ‘전쟁 상황’ 유지를 통해 자국내 반대파의 반발을 제압하고, 자신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고 한다. 하마스 정치사무소가 자리잡고 있고, 가자전쟁 휴전 협상을 중재해온 카타르는 “하니야 암살은 추악한 범죄이자 위험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비난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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