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부터 베트남 하노이에 거점을 두고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붙잡힌 일당이 하부 조직원들의 정한 생활규칙이다. "SNS 사용 금지", "유흥업소는 정해진 곳만" 등 15개 항목이 담겼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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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은 한 달동안 외출,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금지’
지난해 8월부터 베트남 하노이 고급 주택 단지에 사무실을 차리고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한국인 조직이 세운 생활 규칙이다. 이들은 지나치게 많이 나온 전기 요금을 수상하게 여긴 베트남 공안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도박장소 등 개설, 범죄단체조직,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베트남 불법 사이트 조직 총책 한국인 A씨(60대) 등 8명을 구속 송치하고 9명을 불구속 수사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도박 대금 약 180억원 규모의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경찰 수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합의 각서와 생활 규칙, 행동강령을 숙지하게 하는 등 통솔 체계를 갖추고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018년부터 약 7년 간 필리핀과 국내 사무실을 두고 1천억원대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 12명, 지난해 8월부터 베트남 하노이와 국내 사무실을 두고 180억원대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17명 등 2개 사이트 운영 조직 총 29명을 검거했다. 사진은 베트남 불법도박 조직 계보도. 자료 경기남부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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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지분 투자를 한 관리자급 8명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과 관련해 각각 업무를 분담해 활성화한다’는 내용의 합의 이행서 및 각서에 서명하며 결속을 다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총책을 중심으로 투자자와 운영팀, 홍보팀, 개발자까지 특정해 계보도를 그린 뒤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주방에서 식사를 한 뒤 자기 자리는 깨끗이 치우기, 베란다에서 흡연 금지 등 15개 규칙을 만들어 조직원을 통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거 배경엔 베트남 공안의 첩보가 있었다. 베트남 공안은 지난 4월 25일 하노이 고급 주택 단지에 한국인 남성 여러 명이 드나들고 전기 요금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와 수상하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현장을 단속한 공안은 경찰청 국제협력관실에 통보했다. 공조 수사에 나선 경기남부경찰청은 150억원 상당 대금 장부, 현장 사진 등을 확보해 피의자 전원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국내 송환은 지난달 29일 한국 경찰과 베트남 공안이 각각 같은 시간대에 운항하는 자국 항공편을 이용해 피의자와 증거물을 국내로 이송한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인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양국 간 경찰 합동 송환 작전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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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외에도 경찰은 지난 2018년부터 7년 간 필리핀과 국내에 사무실을 두고 1000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총책 B씨(30대) 등 5명을 구속, 7명을 불구속 상태로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베트남·필리핀 거점 도박사이트에서 불법 스포츠 토토, 바카라 등 인터넷 도박을 한 105명도 검거했다.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한 달에 거둔 수익은 500만~2000만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범죄 수익을 약 121억원으로 집계해 기소 전에 추징 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불법 도박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서 심각한 수준이고 도박 중독으로 치료받는 사람도 10만명을 넘어섰다”며 “도박행위자도 도박 혐의로 처벌될 수 있으니 도박에 유혹에 절대 빠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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