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중앙아시아 3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카자흐스탄 순방을 마치고 다음 순방지인 우즈베키스탄으로 가기 위해 누르술탄 나자르바 예브 국제공항에 도착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환송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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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연초 대담에서 국민이 원한다면 국민 뜻을 수용해 제2부속실을 설치하겠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며 “직제를 개편해 제2부속실을 만들기로 (윤 대통령이) 최종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 배우자를 전담해 보좌하는 조직이다. 현재는 하나의 부속실 내에서 ‘배우자팀’을 별도로 둬 김 여사 보좌를 하고 있다. 제2부속실장으로는 장순칠 시민사회수석실 시민사회2비서관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지난 1월,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대담에서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약 6개월 동안 실제 움직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던 대통령실이 이제야 제2부속실을 설치하겠다며 뒷북 결정을 내린 데는 최근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김 여사 논란이 직접적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은 특혜 조사 의혹으로 번지면서 이원석 검찰총장의 공개 비판으로 연결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 여사 문자를 무시했다는 논란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핵심 쟁점이었다. 문자 논란은 김 여사가 한 대표를 통해 당무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만 키웠다. 김 여사와 1년 6개월 정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를 나눈 최재영 목사는 김 여사가 정부 인사에도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위 여부를 떠나 김 여사 논란의 범위가 넓어지는 양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설치 배경으로 언급한 ‘국민 뜻’은 김 여사 논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2부속실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을 대통령실이 수용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문제는 제2부속실의 실효성이다. 당장 김 여사 관련 논란을 막는데 실효성이 있느냐를 두고는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에게 제2부속실 설치 의미에 대해 “비서관(제2부속실장)이 생긴다는 게 의미가 있다. 행정관은 책임지는 자리가 아니지만 비서관은 책임지는 자리”라며 “이제 비서관이 생겼으니 제2의 명품백 사건이 터지면 책임지고 옷을 벗어야 한다. 감시하고 책임질 자리가 생겼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제2부속실은 보좌하는 기구”라며 “보좌하는 사람들이 여사를 통제하거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논란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제2부속실보다는 특별감찰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에게 “제2부속실 도입은 필요하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특별감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 등을 감찰한다. 대통령 직속임에도 독립된 지위를 갖고 있다. 2016년 이후 문재인,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8년째 공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별감찰관 추천은 국회 몫으로, 국회가 할 일”이라며 “국회에서 추천하면 언제든 임명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후보자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합의 추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추천을 주장하고 있어서 진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은 제2부속실이 오히려 김 여사 보호 장치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지금 영부인에 얽힌 의혹들을 허울뿐인 제2부속실 설치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국민이 명령하는 것은 김 여사의 벙커로 전락할 제2부속실 설치가 아니라 김 여사에 대한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을 전면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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