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엔 전기 요금 오를 가능성
"안 오른 것 없는데 절망적"
중식집은 가스요금 1년 새 50% 오르기도
불경기에 손님 줄어 브레이크 타임 없애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먹자골목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파이낸셜뉴스] 가스 불이 하루 종일 꺼지지 않는 곳이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10년 이상 운영된 한 국숫집이다. 29일에도 멸치 육수를 우리고 또 우려냈다. 60대 사장 최모씨는 "멸치 육수를 우리기 위해선 적어도 한시간 이상 가스 불을 써야 한다"며 "손님이 오는 즉시 따뜻한 국물을 드리기 위해선 24시간 육수를 끓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최씨에게 가장 큰 걱정은 당장 다음달부터 인상되는 가스 요금이다. 고물가로 비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했는데 추가로 비용이 늘어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가스요금을 시작으로 올 하반기 중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배달 수수료까지 인상이 예고됐다. 늘어나는 고정비용 증가에 자영업자의 허리는 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깃집·중식집 "가스 쓰기 무서워"
한국가스공사는 다음달 1일부터 서울시 기준 도시가스 주택용 도매요금을 메가줄(MJ)당 1.41원(8.6%) 인상한다. 일반용 도매요금은 MJ당 1.30원이 오른다. 고물가로 허덕이는 자영업자들 입장에서 추가적인 비용 확대를 직면하게 된 것이다. 당장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멸치 육수를 우리던 최씨는 "야채 가격이고 전기 요금이고 안 오른 것이 없는데 가스요금까지 올린다고 하니 절망적"이라며 "물가가 계속 오른다고 음식값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린 뭐 먹고 장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특히 불을 많이 다루는 고깃집과 중식집의 부담이 컸다.
종로구 소재 231.4㎡ 규모의 고깃집에서는 평소에도 가스 요금을 한달에 200만원 가까이 쓰고 있었다. 해당 고깃집 대표 30대 초반 유모씨는 "가스요금이 많이 들지만 줄일 수도 없다"며 "딱히 비용을 줄일 방법이 없어 여름에 그나마 에어컨을 덜 틀려고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한 중화요리집에서는 지난해 이맘때 평균 80만원 정도 나오던 가스요금이 지난달에는 120만원으로 올랐다. 사장 문모씨(60)는 "중화요리이므로 튀기고 볶고 삶는 음식이 많아 가스를 많이 써야 한다. 불 쓰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했다.
배달을 주력으로 하는 자영업자들의 경우 추가적인 고민도 있었다. 배달앱 수수료가 다음달부터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마포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씨(34)는 "지금도 거의 남는 게 없다고 보면 된다"며 "배달비가 오르게 되면 우리가 가지고 가는 이익은 매출의 5% 정도로 줄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배달 수수료가 오르면 결국에는 판매가를 높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매출이 줄어들까 걱정"이라며 "비용은 늘어나는데 돌파구가 없다"고 토로했다.
가스요금과 배달 수수료뿐만 아니라 전기요금도 올 4·4분기 오를 가능성이 존재해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8일 한 방송에 출연해 "하반기에 관계 부처와 적절한 시점과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는 수준 등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브레이크 타임도 없앴다"
살인적인 물가에 고육지책에 나선 자영업자도 있었다. 영업시간을 줄여 비용과 인건비를 절약하는 방법 등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전집은 최근 음식 주문을 받지 않고 쉬는 '브레이크 타임'을 없앴다. 사장 김모씨(53)는 "재료비도 인건비도 다 오르는데 경기가 안 좋아 장사는 안된다"며 "밤 12시까지 여는데 10시 30분이면 손님이 끊긴다. 어쩔 수 없이 낮 시간에도 쉬지 않고 영업한다"고 설명했다.
필수 요금이므로 줄일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종로구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는 인상 예고에 체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씨는 "국가에서 전기요금, 가스요금을 내라고 하면 낼 수밖에 없지 않냐"며 "더 이상 돈 나올 곳이 없어 자포자기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요금 #인상 #가스 #전기
yesyj@fnnews.com 노유정 김동규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