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케 마틴스 전 유럽연합(EU) e헬스네트워크 공동의장은 29일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의정 갈등 사태를 이같이 진단했다.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그들이 부족한 지역·필수의료를 채울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보건의료 시스템을 혁신해 의료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엔리케 마틴스 전 유럽 e헬스네트워크 공동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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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스 전 공동의장은 “의사 수를 두 배 늘린다는 말은 도시에 머무르는 의사 수가 두 배 늘어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며 “더 많은 의사를 투입한다고 해서 그들이 시골이나 섬으로 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며, 의사 수 부족보다는 보건의료 시스템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틴스 전 공동의장이 몸담은 e헬스네트워크는 유럽연합의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을 수립하고 산업육성과 환자 안전을 도모할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다. 그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공동의장을 맡아 회원국 간 의료 데이터 공유를 위한 유럽건강데이터공간(EHDS) 플랫폼 뼈대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그가 우리나라의 의정 갈등에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은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정책뿐 아니라 임상경험, 보건행정, 법률 등 폭넓은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마틴스 전 공동의장은 포르투갈 뉴리스본 대학에서 의학학위를 받은 내과 전문의다. 이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포르투갈 가톨릭대학교에선 법학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현재는 포르투칼 리스본 공립대(ISCTE-IUL)에서 보건학을 가르치고 있다. 고려대의대 의료정보학교실 방문교수이자 휴니버스글로벌 고문을 맡을 정도로 한국 사정도 잘 알고 있다.
그는 미래의료는 원격의료와 의료AI 시스템이 얼마나 잘 구축·활용되고 있는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러기 위해서는 의료정보 2차 활용 등 데이터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마틴스 전 공동의장은 “이제는 더 많은 의사를 확보해야 하는지 고민보다는 환자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AI는 의사를 위한 공간을 열어줘 임상적 오류를 바로잡고, 더 빠르게 환자를 위한 결정을 하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AI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규제 개선이 필수적이다. 유럽에서도 개인 동의 없이도 연구 목적으로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의료정보 2차 활용'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더딘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와 인센티브 부족이라고 분석했다.
엔리케 마틴스 전 유럽 e헬스네트워크 공동의장 |
마틴스 전 공동의장은 “한국의 문제는 시민이 (의료데이터 활용 관련)시스템을 만드는데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어떻게 설계되고, 어떤 혜택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에서 의료정보 2차 활용이 긍정적으로 검토되는 것은 정부와 환자간의 심도 있는 논의와 정책 입안과정에서 투명한 공개 등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며 “또 시민이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신약개발, 개인 건강관리 서비스 등 얻을 수 있는 혜택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도 한국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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