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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기자수첩] 이커머스 책임이행보험 보상 한도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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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로 국회에서 전자금융사고 책임이행보험의 보상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의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전자금융사고 책임이행보험으로 보상할 수 있는 한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제도 개선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최대한의 역량을 동원해 소비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2년 전 국회에서는 동일한 지적이 나왔다.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국회는 전자금융사고 책임이행보험 한도가 터무니없이 낮다고 꼬집었다. 이때도 이 원장은 “최저 보상 한도를 크게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불과 2년 만에 전자금융사고 책임이행보험 한도에 대한 지적이 되풀이됐고, 금융감독 당국의 수장은 이러한 지적에 똑같은 대답을 내놓은 것이다.

결국 국회가 동일한 지적을 반복한 것은 금융 당국이 전자금융사고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전자금융사고 책임이행보험에 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선불업자와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업자에 대한 최저 보상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다. 최저 보상 한도를 1억원 늘리면 선불업과 PG업의 전자금융사고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티몬·위메프 사태에서 엿볼 수 있듯 미정산 여파로 소비자가 본 피해는 2억원에 그치지 않는다. 티몬의 선불충전금 ‘티몬캐시’의 규모만 해도 5억원을 훌쩍 넘긴다. 다행히도 티몬이 10억원 규모의 보증보험을 들어 선불충전금에 대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자금융업자(전금업자)의 선의에만 기대 최소 보증 한도를 낮게 유지하는 것은 더 큰 사고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선불충전금 잔액을 별도로 관리하도록 한 전자금융업법(전금법) 개정안이 시행되긴 하더라도 책임이행보험 최소 보증 한도가 현실화되는 이중 장치가 필요하다.

금융 당국은 전자금융사고에 대한 안일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보고 “각종 페이와 같은 선불충전금이 확산되면서 전통 금융에서만 일어나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이제는 정보기술(IT) 기업에 기반을 둔 전금업자로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전금업자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에 비례해 고객의 예치금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 당국은 새로운 형태의 인출 쇄도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전금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전금업자의 전자금융사고는 곧 소비자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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