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향토일]50년 전통 갈치요리 전문 '복집식당'
어머니 손맛 이은 김지우씨 "요리로 진심이 닿길"
복집식당 갈치요리(복집식당 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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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코로나19 시기였는데 프랑스에서 한국에 온 단골손님이 보름간 격리를 마치지마자 인천에서 제주에 와 우리 식당에 가장 먼저 왔어요. 여기 갈치국이 먹고 싶어서 힘든 격리 기간도 참았다고요."
제주 복집식당 주인 김지우씨가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느냐고 묻자 웃으며 답했다.
제주시 용담동 용연다리에서 바닷가쪽으로 내려가면 깔끔한 '복집식당'의 파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 수십년간 서문시장 인근에서 장사를 하다가 최근 이곳으로 터를 옮겼다. 장소는 달라졌지만 50여년간 지켜온 맛은 변함이 없다.
김씨는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1960년대 김씨의 어머니 말을 빌자면 "사과상자 몇개를 거리에 깔아서" 식당을 시작했다고 한다.
복집식당의 메인 요리는 이름과 달리 복어가 아니라 갈치다. 사연이 있다. 초창기에는 실제로 복어 요리를 팔았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불량 복어들이 대거 수입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복 요리를 관두고 본격적으로 갈치 요리에 전념했다.
제주 은갈치는 그물로 잡는 다른 지방의 먹갈치와는 달리 채낚기(낚시)로 잡아 올려 당일 선착장에서 팔아 싱싱하고 맛이 좋다.
바삭하고 고소한 갈치구이, 매콤달콤한 양념에 아삭한 무의 식감이 맛을 더하는 갈치조림, 제주 바다의 신선함을 그대로 담아 끓인 갈치국 등 복집식당의 갈치요리는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복집식당 갈치요리 맛의 비결은 '신선도'다. 김씨는 갓잡은 싱싱한 생갈치만을 고집한다. 그러다보니 재료가 떨어지면 그날 장사를 접거나 소위 VIP급의 손님의 주문마저 거절한다. '최고'의 맛을 낼 수 없다면 차라리 팔지 않겠다는 김씨 모녀의 고집이 이날의 명성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김씨는 "다른 식당에서 갈치국을 먹고 너무 비려 못겠다는 손님들이 우리 식당에서는 같은 갈치국이 맞느냐고 물어보고 맛있게 잘드신다"며 "비결은 싱싱한 재료와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조리시간이다. 생선은 고기뼈와 달리 오래 국물을 끓이면 맛이 우려나오는게 아니라 더 비려진다"고 말했다.
제주 복집식당 외관/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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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사면이 바다인 제주는 예부터 고기보다는 생선을 더 쉽게 구했고 술 마신 다음날 해장용으로 생선국을 자주 먹었다"며 "갈치국은 불포화지방산이라 소화도 잘되고 원기회복에도 좋아 해장국으로 적격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갈치국의 단짝이 있으니 바로 해풍을 맞고 자란 늙은 호박이다. 늙은 호박은 달기만한 단호박에서는 느낄수 없는 달큰한 맛이 국물의 감칠맛을 더해주고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다. 여기에 얼갈이 배추를 넣으면 나물에서 나오는 단맛이 베어나와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맛을 낸다.
기억에 남는 손님들도 여럿 있다.
어느날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신혼부부가 어두운 표정으로 식당에 들어섰다. 사연을 듣자하니 여행이 이런 저런일로 어그러졌고 제주를 떠나기 전 기분도 풀겸 복집식당을 찾았던 것. 신혼부부가 딱했던 김씨는 주문받은 요리뿐 아니라 남은 재료로 서비스 요리를 아낌없이 베풀었다. 감동한 신혼부부는 훗날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식당을 찾아 "사장님 덕분에 신혼여행의 마지막날을 즐겁게 보냈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김씨는 "5박6일 제주 여행기간 우리 식당에서만 식사를 한 손님도 있었고 단골을 넘어 가족처럼 지내는 손님도 여럿이다. 건강하라고 올때마다 먹거리를 사오시거나 심지어 저와 식당을 위해 기도를 해주신다는 분도 계시다"고 했다.
그는 "핏물을 빼고 토막내고 내장을 빼고 갈치 요리를 시작하기 전 손질 과정만도 매우 고된 작업이고 그래서 어릴때는 어머니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절대 못하겠다고 생각한적도 있다"며 "그런데 이제 내가 식당을 맡아 일을 해보니 어머니가 왜 이 힘든 일을 했는지 이해가 되더라. 맛있게 먹고 기분좋게 떠나는 손님들의 표정을 보면 절로 힘이 난다"고 했다.
복집식당의 간판 위에는 '진심이 닿다'라는 문구가 씌여있다. 김씨가 요리를 통해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김씨는 "요리에 진심을 전하고 싶다. 내가 먹을 음식, 내 가족이 먹을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요리를 하고 있다. 손님을 가장 귀하게 섬기는 것은 진심을 담은 정성스러운 음식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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