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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리족 등 소수민족 20만 학대”… 뉴질랜드 총리 공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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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조사위, 6년 조사 보고서 의회 제출
과거 70년 동안 구타·성폭행… 성인도 피해
“원주민 등 소수민족 출신 아동 피해 집중”
한국일보

뉴질랜드 정부의 원주민 차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지난 5월 30일 웰링턴 연방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웰링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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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70여 년간 뉴질랜드 국가기관 보호시설 등에서 자행된 학대로 신체·정신적 피해를 본 이들이 2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 상당수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등 소수민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가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어둡고 슬픈 날”이라며 공식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성적·신체적 학대 자행… 소수민족이 주 대상”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 왕립 조사위원회는 이날 국가·교회에서 직접 또는 위탁 운영하는 보호시설에서 1950년부터 2019년까지 성폭행, 구타, 강제 노동, 전기 충격 등 학대 행위가 자행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강제 불임수술 등 불법적인 임상실험도 이뤄졌다고 한다. 보고서는 이날 뉴질랜드 의회에 제출됐다.

보고서가 인정한 학대 피해자는 최소 20만 명 이상으로, 가족으로부터 분리된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성인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피해자 중 대다수가 마오리족 또는 태평양 섬나라 소수민족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과거 동화정책 명목으로 마오리족 사회 아동들을 강제로 가족에서 분리해 보호시설에서 양육하도록 해 비판을 받은 바 있는데, 이 부작용이 고스란히 보고서에 담긴 셈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2018년부터 과거 70여 년간 총 65만5,000명을 보호한 고아원, 위탁보호시설, 정신건강 등 의료시설 등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벌여왔다. 당시 시설에서 살았던 약 2,500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뉴질랜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조사였다고 BBC는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존자들은 인터뷰에서 생생한 학대 경험을 증언했다. 생존자 중 한 명인 애나 톰슨은 "(교회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수녀들이 옷을 벗긴 채 침대에 묶었으며, 벨트를 이용해 폭행했다”고 말했다. 제시 케트는 8세 때 한 기숙학교에서 교직원들에게 구타와 강간을 당했으며, 일부 교직원들은 이 같은 학대 행위를 지켜봤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보호시설에서 학대와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이 성인이 돼 범죄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관찰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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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해 10월 14일 총선에서 승리한 직후 오클랜드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오클랜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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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정부, 11월까지 생존자 구제안 마련키로


보고서는 뉴질랜드 정부를 향해 138개 권고 사항도 함께 발표했다. 정부와 경찰 등 책임 있는 기관장의 공식 사과와 뉴질랜드 가톨릭·성공회 교회 등 종교 지도자들의 변화 약속 등 요구가 담겼다. 보고서는 “국가적 수치인 이 불의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영원히 우리 국민들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썼다.

뉴질랜드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구체적인 피해자 구제 계획을 마련해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피해 보상액은 수십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피해 사실을 인정한 만큼, 개별 소송 등 법적 절차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럭슨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돌보고 보호해야 할 국가가 상상할 수 없는 신체·정서·성적 학대를 가한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고통을 없앨 수는 없지만, 이제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믿어진다”고 말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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