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밤 서울 여의도의 한 보쌈집. 캠프 해단식을 겸한 식사 도중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건배사를 하겠다며 일어나면서 한 말이다. 술을 안 마시는 한 대표는 손에 콜라잔을 들었다. 한 대표는 “여러분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여기 모인 분들이 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가 지원하겠다”며 “민심을 받드는,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앞에서 당당하게, 치열하게 이야기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그래야 윤석열 정부도 성공한다”고 덧붙인 그는 건배사 구호로 “위하여”를 외쳤다. “끝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이 팀과 끝까지 함께 가보자”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누가 건의하지도 않았는데 한 대표가 직접 건배사를 제의하자 좌중이 들썩였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대표의 건배사 제의가 처음이라 다들 놀랐다”고 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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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단식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캠프 실무진을 소개하는 5분 길이 영상도 틀었는데, 사진 촬영 담당자를 소개한 대목에서는 한 대표가 손뼉 치며 웃었다. 이 자리에는 친한계로 분류되는 의원 10여명이 참석했다. 3선 송석준 의원, 재선 김형동·박정하·배현진·장동혁 의원, 초선 김상욱·김소희·박정훈·유용원·정성국·진종오·한지아 의원 등이다. 고동진·김예지·우재준 의원 등은 일정상 참석하지 못했지만 별도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캠프 총괄상황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 정광재 대변인, 박상수 인천 서구갑 당협위원장 등도 자리를 지켰다.
이날 모임을 두고 한 대표 측은 “전당대회 기간 고생한 실무진을 격려하는 자리”라고 설명했지만, 당에선 “신진 그룹인 친한계의 급부상을 알리는 출정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참석자 면면에서 드러나듯 친한계는 초·재선 의원이 중심이다. 정치 입문 7개월 차로 아직 원내 기반이 약한 한 대표가 당 쇄신에 드라이브를 걸 때 이들이 우군이 될 전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당 신임 지도부가 24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 참배한 뒤 돌아 나오고 있다.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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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계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특정 현안만 놓고 보면 당 중진이나 친윤계와는 ‘같은 당 맞나’ 싶을 정도로 극명한 인식 차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기는 보수 정당을 만들기 위해 윤 대통령 및 전통적 보수층과 차별화하고, 물갈이 수준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게 ‘한동훈 팬덤’의 인식”이라며 “상당수 친한계도 결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순직해병 특검법을 둘러싼 인식 차이다. 최근 당 중진을 중심으로 “야당 프레임에 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고, 한 대표도 당선 직후 “당내 논의를 하겠다”고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친한계에선 여전히 “수정안이 해법”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고 한다.
양측의 인식차가 크지만 한 대표 임기 초반부터 극한 대립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내 영향력이 여전한 비한계 중진, 친윤계 및 영남 지역 의원과의 관계 설정이 한 대표의 숙제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는 '당 화합부터 이뤄야 거대 야당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신재민 기자 |
당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과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도 주목된다. 당 안팎에서는 사무총장에 3선 김성원·송석준 의원, 재선 김형동·박정하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친한계 2명(장동혁·진종오), 비한계 3명(김민전·김재원·인요한)인 최고위원 구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한계를 임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책위의장 인선도 주목된다. 당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은 당정 협력의 최전선에 서는 자리라 대통령실과의 소통이 원활할 인물이 임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친윤계 3선인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유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한 대표가 다른 인사를 임명할 가능성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유임이든 아니든 ‘당정 원팀’을 이끌 수 있는 인사가 정책위의장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국희ㆍ이창훈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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