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도주우려 구속’ 이례적… 법조계 “중대혐의-중형 예상때 명시”
일각 “잦은 해외 출장 등 고려한 듯”
콜 몰아주기 등 3건 수사 진행중
카카오측 “재계15위 총수 구속 과해”
김범수 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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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인멸 우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23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밝힌 이유에 법조계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벌 총수를 구속하면서 법원이 ‘증거 인멸’ 우려는 물론이고 ‘도주 우려’까지 영장 발부 이유에 적시한 것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 조작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와 관련해 검찰이 폭넓은 증거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검찰, 인적·물적 증거 확보한 듯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법원에 명확히 소명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시세 조종’만 영장청구서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 물적 증거를 폭넓게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구속 가능성을 높게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속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재판에선 에스엠 인수전에서 하이브를 저지하기 위해 시세 조종을 공모한 것으로 보인 일부 증거들이 나왔다. 카카오가 에스엠 주식을 대량 매수한 지난해 2월 28일 배 전 대표와 김기홍 전 카카오 재무그룹장(CFO)은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멤버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위험해 보일지라도 도와 달라” “오늘 (하이브의) 공개 매수 꼭 저지해 주세요” 등의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같은 날 오전에 열린 투심위 회의에는 김 위원장이 참석했다.
검찰은 이들이 회의 전 “브라이언(김 위원장)이 찬성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사실도 파악해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긴 임직원 메시지와 통화녹취 등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런 증거들을 토대로 김 위원장이 시세 조종 계획을 미리 인지했다고 보고 있다.
● ‘도주 우려’ 이례적 적시
법원이 ‘도주 우려’를 구속 사유로 적시한 점을 놓고도 다양한 관측이 오간다. 신원이 확실한 대기업 총수의 구속 사유로는 드물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이 구속됐지만 사유는 모두 ‘증거 인멸 우려’였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해외 체류 일정이 많았고 2009년 가족들과 미국에 머문 사실이 있다는 점 등을 재판부가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7년 11월에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해외로 출국해 입국하지 않을 경우 수사와 재판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에게 적용된 시세 조종 혐의는 유죄가 인정되면 1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주주들이 입은 피해금액에 따라선 최대 무기징역까지도 선고가 가능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혐의가 중대할 경우 법원은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도주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22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파워포인트(PPT) 자료로 준비해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카카오 “총수 구속은 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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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관련 다른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사건, 카카오톡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련 배임 횡령 고발 사건 등도 수사 중이다.
그러나 카카오 내부에선 “재계 순위 15위 기업의 총수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한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불구속 상태에서도 충분히 재판을 받으며 경영 현안을 챙길 수 있는데 구속까지 시킨 것은 과하다는 주장이다. 구속됐던 배 전 대표와 지모 씨가 이달 22일 보석으로 풀려난 것과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23일 오후 김 위원장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위원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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