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진술 외에 증거 없어 난항…세탁기에 비친 영상으로 찾은 검찰

대검, 2분기 과학수사 우수사례 5건 선정

전 여자친구를 성폭행하고 범행을 전면 부인한 피의자의 추가 범행을 영상 분석으로 밝혀낸 사건이 대검찰청 2분기 과학수사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23일 대검찰청은 강릉지청 형사부(국진 부장검사)가 수사한 사건 등 총 5건을 2분기 과학수사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강릉지청 형사부가 수사한 사건은 피해자 진술 외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 피의자 A씨는 지난 3~4월 교제하던 피해자를 모두 6차례에 걸쳐 강간한 혐의로 구속 송치됐는데, 그는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피해자가 증거로 제출한 약 39분 분량의 영상에서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장면도 약 2분가량에 불과했다.

피해자 제출 영상 속 세탁기 플라스틱 뚜껑에 범행 장면이 비친 것을 확인한 검찰이 과학수사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수사팀은 피해자 제출 영상 속 세탁기 플라스틱 뚜껑에 나머지 약 37분간의 범행 장면이 비쳐 촬영됐음을 확인하고, 대검 법과학분석과에 영상 확대와 화질개선 등 감정을 요청해 기존 송치된 범행일시 외의 시점에 범행이 이뤄진 장면을 확인했다. 결국 A씨는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구속기소 됐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기밀정보를 불법 취득해 특허소송을 제기한 안승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 등을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안동건 부장검사)도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대검은 "신속한 수사 착수로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고, 수사를 통해 특허관리기업(NPE) 운영자의 불법행위를 최초로 확인해 단죄했다"며 "미국 법원은 한국 검찰의 수사 경과 및 증거 등이 담긴 조서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해경이 복구하지 못한 CCTV 영상을 복구하고 법의학 조언을 받아 선장과 선원의 살인 및 살인방조 혐의를 규명한 광주지검 목포지청 형사2부(이경석 부장검사), DNA·화학분석과 재감정을 통해 준강간 혐의를 명백히 밝혀낸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임유경 부장검사)도 우수 사례에 선정됐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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