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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이종섭 지시 전달한 정종범, 이첩보류 명령은 “기억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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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순직사건 당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이첩보류 명령이 있었는지를 둘러싼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종범 전 해병대부사령관(현 해병대2사단장)은 이첩보류 지시를 들었는지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전 부사령관은 23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의 여섯 번째 공판에 출석해 이첩을 보류 혹은 중단하라는 김 사령관의 명시적인 지시가 있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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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21일 당시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이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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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첩보류 지시가 있었는지는 박 전 단장의 항명 혐의에 대한 핵심 쟁점이다. 정 전 부사령관은 줄곧 김 사령관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취지로 답변해오다 재판 말미에 정확한 지시 내용을 묻자 입장을 바꾸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해 7월31일과 8월1일 열린 회의에서 이첩보류 지시를 들은 적 있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사령관이) 8월9일날 이전까지는 경찰을 이첩 보류하자고 이야기했다”며 “9일에 이첩해야겠다고 하니 수사단장의 언성이 높아졌다”고 답변했다. 김 사령관이 이첩을 보류하자고 지시했음에도 박 전 단장이 수긍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김 사령관이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 국방부의 이첩보류 지시에 대해 참모들과 논의한 것 아니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도 “명령조였는지 부탁조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경찰에 수사자료를 이첩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이첩을 보류하라고 어떻게 표현했는지, 박 전 단장에게 직접 지시를 했는지 묻자 “이첩을 보류하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이첩을 보류하란 명령이 있었냐고 다시 한 번 묻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정 전 부사령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해병대사령부에 전달한 인물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30일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서명을 한 지 하루만인 31일 국방부에서 회의를 열고 이첩을 보류할 것을 지시하고 수사기록에서 혐의자, 혐의명을 기재하는 것과 관련한 지침을 내렸다.

정 전 부사령관은 이 회의에 참석해 이 전 장관의 지시를 수첩에 메모한 뒤 김 사령관에게 구두로 보고했다. 김 사령관은 같은 날 오후 4시 회의를 열고 정 전 부사령관이 전달한 장관의 지시에 대해 수사단장 등 참모들과 논의했고 1일에 회의에서도 논의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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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가운데 임성근 전 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이를 듣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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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첩보류 명령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린다. 군 검찰과 김 사령관 측은 회의에서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음에도 박 전 단장이 이를 듣지 않고 수사자료를 경찰에 이첩했다는 입장이고 박 전 단장 측은 사령관이 이첩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 이첩을 보류하란 국방부의 지시를 놓고 사령관과 이틀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첩보류 지시가 단순히 보류하라는 것이 아니라 혐의자를 축소하라는 취지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정 전 부사령관의 수첩에는 이 전 장관의 10가지 지시사항이 기록됐는데 이 중 ‘누구누구 수사 언동하면 안 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국방부가 수사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전 부사령관은 “그중 장관의 지시도 있었고 어떤 내용은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법적인 내용을 설명한 부분도 있었다”며 “지금도 어떤 것이 장관의 지시인지 혼재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증인 신문이 예정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은 재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박 전 보좌관의 불출석 사유를 검토해본 결과, 정당한 이유라고 보이지 않는다. 다음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법에서 정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부사령관은 지난 두 번의 공판에 불출석했다가 재판부로부터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받았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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