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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의료대란'에 성사된 '여야의정 협의체'…협치는 '미지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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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의대증원 조정' 가능성 전격 발표

민주당 "각종 의혹 덮기 위한 '꼼수' 의심"

"윤 대통령 정책실패 인정·대국민 사과"

"김건희 특검법은 별개…의혹 파헤칠 것"

아이뉴스24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제22대국회 개원식 겸 정기회 개회식 사전환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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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공감대가 드디어 형성됐다. 6일 대통령실을 비롯해 국민의힘, 민주당, 우원식 국회의장 등 협상 주체들이 협의체 구성에 긍정적 입장을 드러내면서다.

응급 환자들이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헤매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심각해지자 뒤늦게 발벗고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책임론을 벼르고 있는 데다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까지 들고 나서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결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 한동훈, 박찬대 제안 이틀 뒤 화답

당초 협의체 구성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먼저 제안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아 뺑뺑이를 돌고 있고, 응급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료계와 정부도 참여해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 제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틀 후인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로비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의료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 필수 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운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주도권 확보를 위해 박 원내대표 제안을 수용하는 것이 아닌 자체적인 제안을 했다는 지적에, 한 대표는 "저희가 하자는 것과 크게 다른 얘기가 아닌 것 같지만, 논의해서 좋은 답을 찾아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자당 제안을 수용한 것이라며 평가절하하면서도 의료대란 해결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동의한 점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면서 "정치적 계산 집어치우고 의료붕괴를 막고 국민 불안을 해소할 실질적인 대책에만 집중하자"고 했다.

대통령실도 한 대표의 제안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료계가 대화의 테이블에 나오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의대정원 문제는 의료계가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논의하겠다"고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우 의장 역시 "국민이 기다리던 일인 만큼, 국민과 함께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문제해결에 전향적인 자세로 전환한 만큼, 여야의정 사회적 대화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당장도 좋고 다음 주도 좋다.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 국민의 불안부터 해소하자"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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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경기도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의료응급센터를 찾아 현장 점검 후 이동하며 야간 의료진과 인사 있다. 2024.09.04. [사진=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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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장 선회한 정부여당…의대 증원 문제 해소 주목

윤 대통령은 그동안 야당의 비판에도 의대 증원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국정브리핑에서도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의사 확충과 함께 교육, 수련 선진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의료대란에 따른 정부 책임 여론이 거세지고 이것이 국정지지율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의료대란에 대한 정부 대응 긍·부정 평가를 조사(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1.1%)한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1%, '잘못하고 있다'는 64%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조사에선 부정 평가가 49%인 것과 비교하면 부정론은 더욱 커진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상황이 이쯤 되자, 정부여당은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 공감대를 계기로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제로베이스'에서 논의가 가능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대통령실은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계가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고 했고, 한 대표는 "당연히 2026년은 제가 1년 유예하자는 의견까지 내놓은 만큼, 서로 여러 의견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측인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2026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해 의제와 형식에 구애 없이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 "정부여당 태도 의심"…'김건희 특검법' 추진 고수

정치권 공감대로 '의정 갈등' 해법에 대한 국민 기대가 커졌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야당은 정부여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에도 공세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야당의 의료 대란에 대한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소통에 응하지 않았다가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커지자 협상 의지를 드러낸 책임은 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대표는 지난 3월 의정갈등이 심화될 때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정부여당은 6개월이 지난 오늘에서야 답변을 내놨다"며 "협의체 구성은 우리당의 여러 제안 중의 하나일 뿐, 이 협의체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는 수단으로만 활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여기에 △의대 정원 전면 재검토 △윤 대통령 정책실패 인정 및 대국민 사과 △복지부 장·차관 경질 등을 협의체 조건으로 달았다. 정부로서는 받기 어려운 사안 들이다.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왔던 개혁신당도 거들고 나섰다. 의료계가 참석하지 않을 경우 협의체 구성은 '헛수고'라며 윤석열 정부가 의료계 이익집단 카르텔로 몰아간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열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시킬 것을 약속해야만 의료계를 대화의 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꼬여버린 의료 개혁의 매듭을 풀고 싶다면, 끊임없이 전공의와 소통한 이주영 의원이 있는 개혁신당과 함께 논의를 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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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서 근대5종 김성진(오른쪽 두번째), 스포츠클라이밍 신은철(오른쪽)에게 국민감사 메달을 수여한 뒤 박수치고 있다. 2024.08.22.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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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의 협의체 수용 행보가 국면 전환용이라고 보는 민주당의 시각도 협치 걸림돌 중 하나다. 당은 최근 불거진 김 여사 4·10 총선 개입 의혹을 고리로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갑작스런 정부여당의 협의체 수용에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정부여당이 여러 의혹이 한꺼번에 터지니 갑자기 전향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당의 입장은 명확하다.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는 협의체대로, 김 여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특검법은 특검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분명히 강조하지만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한 의료대란 대응은 윤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 추궁과 전혀 별개고, 김 여사 선거개입 의혹과 인요한 최고위원 문자와도 당연히 별개"라면서 "수세에 몰린 정부여당의 이슈 물타기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브리핑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수세에 몰리는 이슈가 터진 상황에서 노림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진정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벌써부터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최소한의 성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내부 입장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여러 의견이 있기 때문에 논의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복지부 장·차관 경질이나 대통령 사과가 선행되는 것이 대책 마련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이 조건 때문에 대책이 늦어져 국민 피해가 더 커질지 등 좀 더 냉정하게 따져보는 단계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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