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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검찰과 법무부

이창수 “대검 진상조사 지시 협조 못해”… 檢 ‘총장 패싱’ 내홍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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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검장, 진상 파악 연기 요청

“수사팀 동요하고 수사에도 영향”

일각 ‘이원석에 대한 반기’ 해석도

‘조사 지시 반발’ 검사 사표는 보류

대검 관계자 “李 총장이 반려 지시”

김여사 ‘명품백 사건’ 처분시기 촉각

9월 이 총장 임기 내 결론 가능성

서울중앙지검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조사가 이원석 검찰총장 ‘패싱’ 사태로 번진 가운데, 당사자인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대검찰청에 ‘수사가 끝날 때까지 진상 조사에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검찰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세계일보

질문받는 이원석 검찰총장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대검 진상 조사에 반발해 사표를 낸 것과 관련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이 총장은 “전날 충분히 말씀드렸고,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지켜봐 주기 바란다”고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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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총장 패싱 사태는 이 지검장이 이날 대검에 진상 파악 연기를 요청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 지검장이 이 총장에게 사실상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현재 수사팀이 많이 힘들어하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 곧바로 진상 파악을 할 경우 수사팀이 동요하고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그 시기를 조금 연기해 달라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대검 관계자는 “(감찰부의) 진상 파악 절차는 진행 중”이라며 “(중앙지검과) 조율해 가며 할 것”이라고 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총장이 좀 억울해 하는 것 같다”며 “총장은 (제3의 장소 비공개 조사를) 반대한 게 아니라, ‘(김 여사 측에) 얘기해 보고 정 안 되면 그때 얘기하라’는 식이었던 것 같은데 보고가 안 됐다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총장은 ‘나하고 상의했으면 충분히 그렇게 허락했을 수 있는데 왜 보고를 안 했냐’는 취지인 것 같다”면서 “이 지검장이 총장에게 보고를 안 한 건 잘못”이라고 했다.

세계일보

최재영 목사가 지난 4일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네는 장면을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 관련 피고발인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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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 형사1부에 파견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수사하던 김경목 공정거래조사부 부부장검사가 진상 조사에 반발해 전날 낸 사표 수리는 보류됐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김 검사 사표는 중앙지검에 제출됐는데 대검에 보내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대검 관계자는 “진상 파악 절차란 게 성실히 일한 검사에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게 전혀 아니어서, 이 총장이 ‘혹시라도 대검에 (김 검사) 사표가 올라오면 반려하라’고 대검 기획조정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검사는 이날 출근하지 않았다.

이 총장이 “앞으로 남은 수사와 처분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원칙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2개월도 남지 않은 이 총장 임기 내에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선 명품 가방 사건을 수사하는 중앙지검 형사1부가 김 여사 처분을 먼저 결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사건은 반부패수사2부가 맡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비해 단순한 데다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서다.

세계일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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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는 20일 검찰 대면 조사 당시 재미 교포 최재영 목사와 연락을 주고받은 경위에 대해 “유복하고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사실을 동향(경기 양평군)인 최 목사가 알고 있어 ‘쥴리’ 의혹에 대한 억울함을 이해해 줄 것 같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장품은 최 목사가 ‘아내 조언대로 준비했다’고 해, 미국 할인 매장이나 면세점에서 구입해 갖고 온 것으로 인식하고 성의를 생각해 받은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2022년 9월 최 목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받기 전인 그해 6월 180만원 상당의 명품 화장품을 받았다. 가방뿐 아니라 이 화장품도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이명수씨가 구매해 최 목사에게 준 것이다. 김 여사 변호인 최지우 변호사는 “검찰이 김 여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추가 증거 제출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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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 여사를 상대로 두 사건을 함께 조사한 점을 감안하면 일거에 처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 이 총장 퇴임(9월15일) 3일 전인 9월12일 예정된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 등 일당의 항소심 선고 결과가 김 여사 처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김 여사는 “투자일 뿐이었고 주가 조작을 몰랐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이 김 여사처럼 주가 조작에 돈을 댔다는 ‘전주’ 의혹을 받는 손모씨에게 2심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방조’ 혐의를 예비적으로 추가해서다.

검찰은 지난 5월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에 낸 손씨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에 “손씨의 가담 행위는 공범에 해당하나, 견해를 달리하더라도 최소한 방조범에 해당할 수 있다”며 “손씨는 시세조종 범행을 용이하게 해 방조했다”고 적시했다. 1심에서 공모 혐의로만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은 그가 2심에선 방조범으로 인정된다면, 김 여사 처분에 대한 검찰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박진영·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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