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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이슈 로봇이 온다

[스마트 산업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2.0] 로봇이 250㎏ 굴착기용 베어링 정밀 검사 … 불량률 30%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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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산업 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

매일경제

강원도 강릉에 있는 베어링 제조 기업 신일정밀 공장에서 직원이 연삭 공정용 로봇을 점검하고 있다. 신일정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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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역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신일정밀 공장. 내부에 들어서니 로봇이 250㎏ 무게의 굴착기용 베어링을 들어 올려 제품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연삭 작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검증하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베어링은 HD현대인프라코어 굴착기의 상부 구조물이 360도로 회전할 수 있게 해준다. 바퀴가 달린 하부 주행체가 고정된 상태에서 상부 구조물이 선회하도록 도와 작업물이 어느 위치에 있든 굴착 작업을 원활하게 해주는 셈이다.

신일정밀은 베어링 제조 전문기업이다. 굴착기, 건설장비, 선박용 크레인 등에 들어가는 베어링을 생산한다. 베어링은 기계의 회전·왕복 운동 등을 하는 기구를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는 금속기계부품이다. 신일정밀은 국내 굴착기용 베어링 시장에서 점유율 약 60%를 기록하고 있다.

신일정밀은 2022년 12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에 선정된 후 HD현대인프라코어와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 1년 동안 스마트공장운영시스템(MES)을 구축했다. MES는 기업 생산 현장에서 작업 일정, 작업 지시, 품질 관리, 작업 실적 집계 등 제반 생산과 관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신일정밀은 사람이 하기 어렵고 위험한 공정을 대체하기 위해 산업용 로봇도 도입했다.

또 회사는 MES를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했다. ERP를 통해 구매·발주·납품·영업·재무 관리를 진행하고, MES로는 생산·품질·출하 등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MES가 정착되면서 신일정밀의 제조 경쟁력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하루에 생산하는 베어링은 45대에서 70대로 55% 증가했다. 조립설비의 시간당 생산 속도도 11% 개선됐다.

신일정밀은 생산 현장에서 바코드와 개인용 디지털 단말기(PDA)도 활용하고 있다. 이날 생산설비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사용하는 PDA 화면에는 전 공정의 가동·생산 현황이 나타났다. 공장에 있는 제품마다 바코드가 입력돼 있었는데, PDA에 바코드 내용을 입력하면 해당 제품의 제작 상황도 파악할 수 있었다.

공장에는 전 공정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키오스크도 설치돼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에서 발주를 변경하면 기존에는 사무실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으나, 이제는 키오스크나 PDA를 통해 바로 알 수 있다"며 "빠르고 유연한 대처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키오스크에서는 공정마다 작업량도 확인할 수 있는데, 빨리 처리해야 하는 공정의 경우 붉은색으로 표시하는 등 공정을 우선순위별로 분류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재고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회사는 제품 생산 현황과 재고를 현장에서 수기로 관리했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볼펜으로 직접 작성하면, 이를 사무실 직원들이 엑셀로 옮겼다.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정리하다 보니 전산과 실물이 불일치하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 재고 관리 시스템은 생산성과 효율성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MES를 도입한 후에는 생산·품질·자재 데이터가 모두 전산화됐다. MES에 등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생산 계획이 수립되면서 생산 현황과 재고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신일정밀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하던 재고 실사는 이제 회계 감사 기간에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재고율은 1년 만에 약 30% 감소했다.

MES가 구축되면서 회사의 불량률은 30% 줄었다. 과거에는 수기로 불량품 데이터를 관리하다 보니 부서 간 정보 공유가 느렸다. 이제는 실시간으로 부서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MES로 불량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다.

신일정밀은 직원들이 다칠 위험이 있는 열처리·연삭 공정 검사 작업에 산업용 로봇을 도입했다. 과거에는 직원들이 제품을 세척해 검사했지만 이제는 로봇이 이 작업을 대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공유가 많이 튄 바닥에서 직원들이 미끄러질 위험이 줄었다. 허리를 굽히거나 힘을 쓸 일도 적어져 근골격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기존에는 직원의 숙련도에 따라 제품 생산성이 달랐지만, 로봇을 도입하면서 생산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산업용 로봇으로 생산성이 개선되고 직원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신일정밀은 오는 10월 조립 공정에도 로봇을 도입할 계획이다. 통상 굴착기용 베어링에는 공 모양 부품(볼)이 100~200개 들어간다. 기존에는 사람이 볼을 조립했지만, 향후 로봇이 도입되면 정해진 숫자만큼 볼을 베어링에 넣는 작업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도입한 후 직원들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회사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 이후 작업 속도가 빨라져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지 않아도 되자 반대했던 직원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 혁신은 생산 현장뿐 아니라 지원 부서로도 확산되고 있다. 제품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 대비 3분의 1로 줄었다. 고객사가 발주량을 변경하더라도 ERP를 연계해 빠르게 생산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영업 부서의 경우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생산 현장에 빠르게 전달할 수 있고, 구매 부서는 자동발주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신일정밀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비용 지원뿐만 아니라 HD현대인프라코어 협력사 육성팀 담당자가 지난 1년간 매주 신일정밀을 방문해 컨설팅을 수행했다. 또 HD현대그룹의 통합구매관리시스템(SRM)과 신일정밀의 MES를 연동해 각종 주문 내용을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조승환 신일정밀 대표는 "과거에는 작업장 환경을 신경쓰지 않다 보니 주변이 지저분했고 안전사고가 자주 났다"며 "공장이 깔끔해지자 사고와 불량률이 줄었다"고 말했다.

[강릉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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