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전통보·현장검증 등 조건 있어"…필리핀 "부정확한 발언"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 |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암초에 물자를 보급하는 문제와 관련해 필리핀과 중국이 합의했지만, 합의 직후부터 세부 사항을 놓고 양국이 마찰을 빚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날 중국 외교부는 양국 합의에 3가지 조건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우선 필리핀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 좌초한 필리핀 군함 시에라 마드레함에 상주하는 필리핀군 병력에 물자를 보급할 때 중국에 사전 통보하고 중국 측이 현장 검증한다는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또 보급 물자에 선박 보강용 자재가 들어가서는 안 되며, 시에라 마드레함을 다른 곳으로 끌고 가서 치워야 한다는 조건도 들어 있다고 중국 측은 주장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필리핀 측이 약속을 지켜 중국 측과 협력해 해상 상황을 공동 관리할 것으로 희망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필리핀이 시에라 마드레함을 수리하거나 영구적인 전진 기지로 만들기 위해 선박 보강용 자재를 대량으로 보내려 할 경우 중국은 단호하게 이를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테레시타 다자 필리핀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합의가 남중국해 영유권 관련 각자의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서 나왔다면서 "(중국) 대변인의 사전 통보·현장 검증 발언은 부정확하다"고 반박했다.
다만 시에라 마드레함 수리 금지 등 중국이 제기한 다른 조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양국 모두 합의문 전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1일 필리핀 외교부는 중국과 "아융인 암초에 있는 시에라 마드레함에 필요한 일상 물자를 보급하고 병력을 교대하는 임무를 위한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필리핀은 2차대전 때 쓰인 상륙함인 시에라 마드레함을 1999년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고의로 좌초시킨 뒤 이 배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10명 안팎의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주기적으로 식량·선박 보강용 자재 등 물자를 공급해왔다.
이에 중국이 필리핀군의 물자 보급 임무를 물대포 등을 동원해 방해하면서 양측은 이 암초 인근 해역에서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이 암초에서 다수의 중국 해경 병력이 모터보트로 필리핀 해군 보트를 고속으로 들이받아 필리핀 해군 병사 1명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절단됐고 다른 병사 여럿이 다쳤다.
이에 따라 양국은 충돌 수위를 낮추기 위해 협의를 벌인 끝에 이번 합의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처럼 세부 내용을 놓고 양측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필리핀이 조만간 시에라 마드레함 보급 임무를 다시 실시하면 중국 측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암초의 필리핀 군함 |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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