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에 싼 밥’만 주고 방치해 숨진 20개월 아이…친모 징역 11년

생후 20개월 아들을 사흘 동안 집에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가 징역 11년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는 아동학대치사,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25)에게 징역 1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사흘 동안 2살 아들을 집에 홀로 방치하고 외출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엄마가 지난해 2월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 영장실질심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A씨는 한겨울인 지난해 1월 30일 오후 1시부터 2월 2일 오전 2시까지 62시간 동안 20개월 아이를 자택에 홀로 남겨둬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외출 전 A씨가 아이에게 남긴 건 김에 싼 밥 한 공기 분량이 전부였다. A씨는 남자친구와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검찰 조사에서 A씨는 이전에도 60차례에 걸쳐 544시간 동안 아이를 집에 홀로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사망한 아이 당시 아이의 체중이 6.93㎏에 불과한 등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린 것도 이같은 장기 방치의 결과물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외에 아동학대살해 혐의도 함께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최초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한겨울에 4일간 김을 싼 밥 한 공기만으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나”라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한 점 등을 종합해 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봤다.

1심에선 아동학대살해가 인정됐다. 지난해 8월 인천지법은 “A씨는 아이에게 충분한 음식과 수분을 공급하지 않은 채 수일간 홀로 방치할 경우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 또는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 아이를 유기해 살해했다”며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에서는 1월 아동학대살해 혐의가 아동학대치사로 변경되며 형량이 징역 11년으로 낮아졌다. “A씨에게 경계선 지능이 있어 사회적 판단력이 빈약하다”는 전문심리위원 소견, A씨가 귀갓길에 아이가 좋아하는 키위를 사 간 점, 아이 발견 후 심폐소생술을 한 점 등을 고려해 “확정적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수사기관 진술 중에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부분이 존재하기는 한다”면서도 다른 진술에선 일관되게 살해 고의를 부인한 점을 지적했다. A씨는 두 번째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고 최초 검찰 조사에서도 “아이가 잘못돼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항소심재판부는 “A씨의 잘못으로 아이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하기는 하였으나, A씨가 아이를 살해할 고의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이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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