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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오바마가 진짜 민주당의 상왕…즉각 해리스 지지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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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 투데이] "저울을 내 손으로 움켜쥐고 싶지 않다"는 오바마,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척 슈머 현 상원의장 등과 민주당 실제 비공식 원로원…당연직 승계 인정치 않고 공정한 당내경쟁 거쳐 유권자 지지 이끌어내야 한다는 공감대

[편집자주] 천조국 미국에서 벌어지는 오늘의 뉴스를 전달하겠습니다.

머니투데이

(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뉴욕 라디오 시티 뮤직 홀에서 열린 선거 모금 행사에 도착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환하게 웃고 있다. 2024.3. 29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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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후보 자격을 반납한 이후 민주당 주요 지도자들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승계를 지지하고 나섰지만 정작 '상왕'으로 추대되는 원로인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은 묵묵부답을 이어가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해리스 지지의사를 밝혔지만 오바마가 즉시 해리스를 지지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는 오바마가 자신의 부통령으로 8년간 일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에 대해 찬사를 보내면서도 그 성명에 해리스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오바마는 "우리는 앞으로 미지의 바다를 항해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 당의 지도자들이 뛰어난 후보가 등장하는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NYT는 이를 두고 오바마가 타고난 신중함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첫번째 이유를 들었다. 오바마는 실제로 4년 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바이든에 밀려 탈락하기 전까지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바이든을 대놓고 지지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정치인이라면 자신을 위해 8년간 부통령으로 일해준 19년 연상의 정치 동료를 지지했을 테지만 오바마는 전직 대통령으로써 개인적 감정보다는 공정한 원로의 자격을 우선한 것이다.

당시 오바마는 지나치게 정치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 "나는 저울을 내 손으로 움켜쥐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오바마가 같은 인종이면서 성별로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해리스를 특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NYT는 해리스를 그런 관점에서 너무 일찍 지지하게 된다면 그것도 큰 정치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리스가 민주당 내에서 공정한 경쟁을 거치지 않고 서둘러진 지명을 받게 된다면 정작 '최선의 합의가 아닌 자기들끼리의 대관식'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본선에서는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맥없이 무너질 수도 있을 거라는 지적이다.

머니투데이

(윌밍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020년 11월 7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21일 (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것과 관련, 대통령의 지지를 받게 돼 영광이라면서 당 대선 후보가 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2024.07.22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윌밍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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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실제로 바이든 사퇴 과정에서도 TV공개토론 이후 여론을 들끓는 상황에서도 그를 계속 지지했다. 그러다가 트럼프의 피격 사건을 전후로 그의 지지율이 급히 올라가고 바이든의 지지율이 상대가 안될 정도로 나빠졌다는 정무적 판단이 나오자 주변 관계자들을 통해 바이든의 사퇴를 압박해 그 결정을 수일 만에 관철시켰다. 현직 대통령의 재선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전직 원로라는 사실을 이번 사건에서도 증명한 것이다.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오바마는 현재 자신의 역할을 "후보가 결정되면 당의 빠른 통합을 돕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NYT 오피니언 편집장인 패트릭 힐리는 이와 관련해 "해리스는 트럼프에 맞설 준비보다는 우선 당내가 아닌 실제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지성과 정치적 재능을 갖춘 대담한 후보인지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척 슈머 현 상원의장 등으로 구성된 비공식 민주당 원로원들은 아직까지 해리스를 당연직 승계자로 확정하지 않았고, 해리스가 유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현재의 유력 구도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힐리는 "해리스와 민주당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역사적인 교훈처럼 공정한 경쟁이 될 것"이라며 "유권자를 인선 과정에 참여시켜 그들을 공감하게 하고, 후보자를 전투 태세에 들어가게 하는 미니 예비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오바마가 강력한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맞섰을 때나, 2016년과 2020년 버니 샌더스가 각각 힐러리와 바이든에 강하게 부딪혔을 때가 선출자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사실이다.

오바마 역시 바이든의 사퇴까지는 이끌었지만 그가 직접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추가적인 개입은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를 상대하기 위한 민주당의 새 후보는 당내 계파 선택이 아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낼 스스로의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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