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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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 총파업 중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3일 회사와 파업 돌입 16일 만에 교섭을 재개한다. 삼성전자 창사 55년 만의 첫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가 교섭을 통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오전 전삼노는 회사와의 교섭을 하루 앞두고 경기 용인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체육관에서 조합원 1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기흥사업장 내 행진에 앞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총파업을 통해 노동자가 뭉쳤을 때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았다”며 “회사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3만5천명이 함께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자유발언에서는 기흥사업장 8인치 반도체 생산라인 노동자가 올라와 눈물을 훔쳤다. 조성된지 오래된 8인치 생산라인은 자동화가 덜 돼, 3~5㎏의 웨이퍼 뭉치(롯·lot)를 20~40대 여성노동자들이 수작업으로 설비에 투입하는 등 노동강도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삼성디스플레이서 이직해 8인치 라인에서 5년 째 근무 중이라고 밝힌 한 조합원은 “8인치 라인의 현실을 보고 선택을 후회하기도 했지만 5년 동안 악착같이 버텼다”며 “이번 파업은 8인치 노동자들에게 중요하고 감사한 기회였다. 아픈 몸을 이끌고 라인에서 고통받는 우리 동료들 제발 더 나은 환경에서 건강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외치고 버티겠다”고 밝혔다. 14년차 설비엔지니어 여성 조합원도 “우리가 제시한 요구안이 과하지 않은데도 왜 회사는 우리를 파업까지 내몰고 있느냐”며 “회사는 회사를 애정하는 직원들을 잃고 나서 후회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23일 열리는 교섭은 지난 8일 총파업 이후 처음으로 노사가 마주하는 자리다. 지난달 27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사가 ‘사후조정’을 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정식 교섭이기도 하다.
노조는 지난 10일 무기한 총파업으로 전환하면서 △노동조합 창립일 유급휴가 1일 보장 △기본급 0.5% 추가 인상 △성과급 제도 개선 △파업 참가 조합원에 대한 합당한 보상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실상 회사안에 해당하는 사후조정 당시 중노위 조정안은 △회사는 노조와 임금교섭이 타결되기 전 비조합원에 대한 임금조정 발표 지양 △여가포인트 50만원 지급 △의뮤 휴가 사용일수 2일 축소 △노사 상호 협력 등이었다.
회사는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여름 휴가철이 겹쳐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회사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노사협의회와 협의해 임금·복리후생 등을 결정한 뒤 취업규칙에 반영해왔는데,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노조가 회사의 취업규칙을 상회하는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한 사례는 흔치 않다. 그만큼 삼성전자 교섭 결과에 따라 다른 계열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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