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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예멘 직접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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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군이 예멘 후티 반군이 장악한 항구도시 호데이다의 연료 저장고와 발전시설 등에 보복 공습을 단행한 가운데 거대한 불기둥과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인 19일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 가한 드론 공격에 사상자가 발생한 데 따른 보복 차원이라고 밝혔고, 후티는 즉각 재보복을 다짐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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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공군을 동원해 예멘 북부의 후티 반군 근거지를 직접 타격했다. 전날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따른 보복 공습이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께(현지시간)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가 예멘 주요 수출항인 호데이다 항구 근처의 군사시설을 겨냥해 전격 공습을 단행했다. 이날 후티 반군 산하 알마시라TV는 보건부 발표를 인용해 최소 3명이 숨지고 87명이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연료 저장고와 발전소를 노린 이스라엘의 공습에 사상자 대부분이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가자전쟁이 발발한 이래 이스라엘이 예멘 본토를 직접 타격한 것도, 텔아비브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습에는 공중급유기까지 동원됐다. F-15, F-35 전투기와 정찰기가 이륙 지점에서 1700㎞ 이상 떨어진 원거리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 공군기는 공습을 마치고 모두 무사히 귀환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예멘 폭격을 결정한 이후 오후에 소집된 긴급 내각 회의에서 작전이 최종 승인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성명에서 "호데이다는 무고한 항구가 아니라 군사적 용도로 쓰이던 곳으로, 우리는 이란 무기가 반입되는 항구를 공격한 것"이라며 "하마스와 헤즈볼라처럼 후티는 이란의 '악의 축'에서 필수 요소다. 악의 축에 맞서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수행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스라엘 공군이 수행한 역대 최장거리 공습 작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습 목표가 된 주요 시설들은 민간과 군사적 용도를 모두 갖췄다고 설명했다. 갈란트 장관도 "후티는 우리를 200번 넘게 공격했지만, 처음으로 이스라엘 시민에게 해를 입혔기 때문에 우리도 그들을 공격했다"며 "필요하다면 어디에서든 이런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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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공습 전날인 19일 후티 반군은 개조된 이란제 드론 '자파(Jaffa)'로 텔아비브에 가자전쟁 이후 처음으로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19일 새벽 3시께 드론이 한 아파트 건물에 부딪치면서 이스라엘 시민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후티 반군의 드론은 이란제 '사마드-3'로 기존에 알려진 항속거리인 약 1500㎞보다 더 비행할 수 있도록 폭약 탑재량을 줄인 형태로 개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후티 반군은 작년 11월부터 이스라엘을 향해 200회 이상의 드론과 순항미사일 공격을 가해왔지만 대부분 미군과 이스라엘의 방공망에 의해 요격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후티 반군의 드론은 예멘에서 이스라엘로 직선거리로 비행하지 않고 이집트 영공을 지나 텔아비브 서쪽 지중해 방향에서 낮은 고도로 2000㎞ 이상 장거리 비행을 한 것으로 전했다. 드론 공격이 가해지기 최소 6분 전에 이스라엘 공군은 이를 파악했지만 별도의 요격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경고 사이렌도 울리지 않았다.

후티 반군은 이번 공격에 사용된 신형 드론이 이스라엘의 요격 시스템과 방공망을 우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드론 공격 당시 영상을 토대로 낮은 고도와 느린 속도로 굉음을 내며 비행한 탓에 이스라엘군이 이를 요격 대상으로 식별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에 이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 중동 일대에서 이란과 이란 배후의 후티, 헤즈볼라, 하마스 등 '저항의 축'을 중심으로 확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 후티 반군도 하루 뒤 곧바로 재반격 공격을 감행했다. 21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예멘에서 남단 항구도시 에일라트를 향해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방공미사일로 영토 밖에서 요격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을 둘러싼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 정보기관은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가 후티에 첨단 대함 미사일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의 첩보를 올렸다고 WSJ가 전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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