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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우크라 전장에 ‘가성비 무인 탱크’ 등장…기술 무장 스타트업 참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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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카 덩치에 무한궤도 갖춘 무인지상차량

부상병 후송…기관총 달면 ‘공격용’ 변신

낮은 가격 최대 강점…외국산 10분의 1

스타트업 250여개 육해공 무인 무기 개발

경향신문

우크라이나의 한 스타트업이 개발 중인 무인지상차량(UGV)이 지난달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 ‘오디세이’라는 모델명이 붙은 이 UGV는 부상병을 옮기거나 기관총을 장착해 공격용으로 쓸 수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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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스타트업의 기술 인력이 지난달 무인지상차량(UGV)인 ‘오디세이’ 차체를 컴퓨터를 이용해 3차원(3D)으로 확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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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많은 옥수수가 빽빽이 자리 잡은 우크라이나 북부의 한 평원에서 ‘이상하게’ 생긴 물체가 굉음을 내며 굴러다닌다. 겉모습은 딱 포탑을 떼어 버린 탱크다. 험한 지형을 아무렇지도 않게 타넘기 위한 핵심 부품인 무한궤도(캐터필러)를 차체 하단에 장착했다. 모래를 좌우로 흩뿌리며 어른이 가볍게 뛰는 속도로 주행하는가 하면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이 타기에는 덩치가 너무 작다. ‘리어카’ 수준이다.

이 모습은 우크라이나의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무인지상차량(UGV)’의 작동 장면이다. 모델명은 ‘오디세이’다. 사람이 오디세이 바깥에서 원격 조종장치로 주행 방향과 속도를 통제한다. 전투용 로봇의 일종이다.

2년 넘게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최근 거세지는 러시아의 공세를 막는 데에 오디세이 같은 무인 무기를 대거 투입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선봉에는 기술력을 갖춘 우크라이나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들이 서 있다. 이들은 값싸고 질 좋은, 이른바 ‘가성비’ 무인 무기를 만들기 위해 총 대신 컴퓨터를 들고 신개념 의용군으로 나섰다.

무인 탱크 야외 시험 단계


지난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개발 중인 최신 UGV인 오디세이가 야전에 투입되기 위한 막바지 시험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에 공개된 주행 장면을 보면 오디세이는 포탑이 없는 탱크 모습이다. 중량은 800㎏이다. 동력은 전기 배터리에서 얻는다. 한번 충전하면 최대 거리 30㎞를 달릴 수 있다. 한국으로 따지면 대략 서울시청과 일산 킨텍스 사이다.

현재 시험 중인 오디세이는 부상병을 안전지대로 옮기는 역할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다친 병사가 눕기에 편하도록 오디세이 차체 상단을 침대처럼 평평하게 제작했다.

다친 병사가 오디세이 위에 올라타면 또 다른 병사가 원격 조종장치로 오디세이를 안전지대를 향해 이동시킨다. 부상병을 들것으로 옮기려다 공격을 받아 또 다른 부상병이 발생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오디세이는 다른 용도로도 쓰인다. 차체 상단에 포탑처럼 기관총을 달면 공격용 무기가 된다. 병사 대신 상대 진지로 돌격하면서 총알을 쏟아부을 수 있다.

지뢰 제거에도 쓸 수 있다. 지뢰 제거에 사람이 나서면 치명적인 부상 위험이 도사린다. 하지만 오디세이가 나서면 지뢰 제거 중 폭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도 사상자가 생기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스타트업 주도 ‘가성비’ 개발


사실 오디세이 같은 UGV는 유럽 몇몇 나라들도 갖고 있다. 하지만 오디세이에는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낮은 가격이다. 한 대에 3만5000달러(약 4800만원)다. 비슷한 성능의 다른 나라 UGV 가격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한정된 재원으로 수입 UGV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오디세이를 납품받을 방침이다. 3년째에 접어든 러시아와의 장기 전쟁에서 자국산 ‘가성비’ 무인 무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전력을 보강하는 전략을 쓰려는 것이다.

이처럼 싸게 오디세이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오디세이를 개발한 스타트업이 오디세이에 들어갈 카메라나 센서 같은 주요 전자 부품을 새로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용화된 제품을 오디세이에 대거 꽂아 넣었다.

이미 개발된 부품을 쓰니 자연히 완성품인 오디세이 가격도 낮아졌다. 일반적인 국방 물자는 이렇게 만들지 않는다. 새 부품을 일일이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돈이 많이 든다. 유연한 사고 방식을 갖춘 스타트업 인력들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지상에서 사용하는 오디세이를 포함해 해상과 공중에서 쓸 가성비 좋은 무인 무기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은 우크라이나 내 스타트업은 현재 총 250여개에 이른다. 컴퓨터와 전자장비를 통해 나라를 지키는 ‘기술 의용군’이다.

가성비 좋은 무인 무기를 개발해 전선에 대거 투입하려는 시도는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대두한 병력 부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우크라이나는 병력 부족을 고려해 징집 대상 연령을 27세에서 25세로 낮췄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무인 무기 개발을 위한 인터넷 모금 사이트를 통해 “군인과 민간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들(무인 무기)은 사람들과 함께, 사람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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