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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예멘 후티 첫 직접 공습…“텔아비브 드론 공격에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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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데이다 항, 온통 불바다 돼…“석유 저장고 폭발”

북쪽 헤즈볼라에 이어 남쪽 후티와도 ‘확전’ 우려

미국도 후티에 대한 공격 방안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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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후티 반군이 장악한 항구 도시 호데이다에서 20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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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 19일 예멘 무장 단체 후티의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자 이스라엘이 다음 날 즉각 후티의 근거지인 예멘 호데이다항(港)을 공습해 보복했다. 후티의 이스라엘 대도시 공격과 후티에 대한 이스라엘의 직접 보복 공습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호데이다항은 온통 불바다가 되면서 사상자가 속출했고, 기반 시설도 상당수가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북쪽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이어 남쪽 후티와도 직접 교전에 나서면서 확전(擴戰)의 부담이 한층 커졌다. 지난 4월 이후 소강 상태인 이란과의 직접 충돌 가능성도 여전한 상황이다. 헤즈볼라와 후티는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함께 이란이 적극 후원하는 반(反)이스라엘 무장 세력, 이른바 ‘저항의 축’ 핵심 구성원들이다.

이스라엘군은 20일 밤 “지난 수개월간 후티 테러 정권이 이스라엘에 가한 수백 차례의 공격에 대응, 오늘 예멘 호데이다 항구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스라엘에서 이륙한 F-15와 F-35 전투기 편대들이 공중 급유기의 지원을 받으며 약 2000㎞를 날아가 오후 6시경 호데이다의 유류 저장고 및 발전소, 항만 시설 등을 집중 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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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이 공격으로 호데이다항은 거대한 불기둥에 휩싸였다. 현지 매체들은 “굉음과 함께 수십차례의 폭발이 이어졌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고 전했다. 후티가 운영하는 알마시라TV는 “이스라엘의 수차례 폭격으로 석유 저장고가 폭발했다”며 “최소 3명이 사망하고 87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21일 아침까지도 이 불길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공습은 후티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뤄졌다. 후티는 앞서 19일 오전 3시쯤 이란산(産) ‘사마드-3′ 장거리 공격 무인기(드론)를 개조한 자칭 ‘야파’ 드론을 텔아비브로 날려보냈다. 이 드론은 방공망을 뚫고 서쪽 바다에서 저공으로 날아들어 시내 한 아파트에 부딪혀 폭발했다. 이로 인해 아파트에 거주하던 남성 예브게니 페르데르(50)가 숨지고 8명이 부상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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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후티 반군이 날려보낸 드론이 19일 새벽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아파트에 부딪혀 폭발하는 장면.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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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는 공격 직후 “우리가 텔아비브에 드론 공격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도 현장 조사 후 “후티의 드론이 맞다”고 밝혔다. 이 드론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피하려 홍해와 이집트, 지중해 상공을 차례로 지나는 우회 경로를 통해 10여 시간을 날아온 것으로 추정됐다. 대략 2100㎞가 넘는 거리다. 이스라엘군은 “방공망이 이 드론을 식별하고 6분간 추적도 했지만, 사람의 ‘실수’로 인해 (위협으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후티는 지난해 11월 이후 이스라엘을 향해 200발 이상의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미군과 이스라엘의 방공망, 전투기 등에 요격되면서 텔아비브 등 대도시까지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홍해의 항구·휴양 도시 에일라트가 미사일과 드론의 공격을 받았으나 사망자가 나오지는 않았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후티가 어제 처음으로 이스라엘 시민에게 해를 입혔고, 그래서 우리도 그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호데이다의 저 불길이 (적들에게) 뜻하는 바는 명백하다”며 “필요하다면 어디에서든 이런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오전 갈란트 장관이 예멘 폭격을 결정했고, 오후 긴급 소집된 내각 회의에서 작전이 최종 승인됐다”며 “폭격에 앞서 미국 등 동맹국에 작전 계획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는 하마스와, 레바논 국경 지대에서 헤즈볼라와 싸우는 상황에 이제 후티까지 대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후티가 예전보다 진전된 전력을 보여줬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점”이라며 “홍해 인근에서 상선 보호 작전 중인 미 해군에도 점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후티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고심 중이라고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은 올해 1월부터 후티의 군사 시설을 수차례 공습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후티는 오히려 미 해군 함선에 대한 직접 공격을 시도하는 등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중동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최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후티의 홍해 선박 공격을 저지하려는 미군의 작전이 실패하고 있다”며 “후티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예멘 후티(Houthi)

1994년 결성된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이자 이슬람 종파 중 하나인 시아파의 무장 단체. 반(反)서방·반유대주의 등을 주요 이념으로 내세운다. ‘후티’란 이름은 초대 지도자 후세인 알후티(1951~2004)로부터 따왔다. 2014년 만수르 하디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고 예멘의 수도인 사나를 점령, 새로운 정부를 세웠다. 하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정식 정부로 인정받지 못해 ‘반군’으로도 불린다. 예멘은 수니파가 다수인 나라지만 후티는 시아파로 분류되며,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지원을 받는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예멘 정부는 동부 사막 지대로 밀려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아랍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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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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