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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사고 후 편의점서 소주 2병 '벌컥벌컥'...1심 무죄→2심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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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에 남긴 술 양이 유무죄 판단 갈라…혈중알코올농도 0.03% 초과”

세계일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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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낸 이후 근처 편의점에서 술을 들이킨 운전자가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청주지법 형사항소3부(태지영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7)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6월 18일 오전 10시30분께 충북 영동군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5㎞가량을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를 들이받아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후 A 씨는 근처 편의점에 자리를 잡고 소주 2병을 구매한 뒤 종이컵에 담아 마시기 시작했다.

경찰의 음주 측정은 A 씨가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고 난 뒤에 이뤄졌다.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77%였다.

검찰은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에서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편의점 음주량(소주 2병)을 빼고 계산한 결과 운전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치인 0.083%였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운전대를 잡았을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인 0.03%를 초과했는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운전자의 알코올 체내 흡수율과 성별, 체중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수사기관은 최대한 피의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해야 하는데, 이를 토대로 계산했을 경우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28%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추가 제출한 증거를 통해 당시 종이컵에 소주가 일부 남아있던 점을 포착했고, 음주량을 재적용해 계산한 결과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A 씨가 사고 이후 음주 당시 소주 2병을 모두 마시지 않았고, 약 60~90㎖를 남겼다는 점을 감안해 계산하면 A 씨에게 가장 유리하게 위드마크를 적용하더라도 사고 이전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음주 운전으로 무려 4회나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며 “더군다나 추가로 음주하는 방법으로 수사에 혼선을 줬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지수 온라인 뉴스 기자 jis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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