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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3 (화)

'성소수자 축복' 목사 출교시킨 감리회… 法 “출교 효력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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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3월 감리교에서 '출교' 판결이 확정된 뒤 이동환 목사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출교처분 반대 기자회견을 연 모습. 수원지법 안양지원의 18일 결정으로 이 목사에 대한 출교처분은 일단 효력이 정지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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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를 축복하고 교회를 모함했다’는 이유로 목사를 교회에서 쫓아낸 감리교회의 출교 처분이 법원에 의해 효력정지됐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11부(부장판사 송중호)는 18일 이동환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를 상대로 ‘출교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본안소송 확정까지 장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동안 어떤 종교활동도 할 수 없게 되는 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 목사는 2021년 언론인터뷰 및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 때문에 지난해 교회재판에 넘겨졌다. 종교단체는 각 교단마다 각자의 교회법을 두고, 신앙과 관련해 잘못된 사항은 교회재판으로 처벌한다. 이 목사는 감리교의 일반재판법을 어겼다며 지난해 12월 최고형인 출교 처분을 받았다. 교인‧교역자 또는 교회를 모함‧악선전을 금지한다(3조 2항)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3조 8항) 등의 조항을 어겼다는 점이 인정됐다. 이 목사는 항소했지만, 교회 측은 3월 출교 처분을 확정했다.

‘출교’는 정직, 면직 등과 달리 다시는 교단에 발을 딛지 못하게 하는 처분이다. 출교처분이 확정되면 이 목사는 국내 감리교회에는 일반 교인으로도 다시 들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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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목사가 2020년 8월 인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게 꽃잎을 뿌리며 축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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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원은 “무효확인 소송 판결 확정시까지, ‘출교’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교회 내의 문제라 일반 법원에서 다툴 일이 아니니 각하해달라”는 교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종교단체의 징계결의는 종교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법원이 효력 유무를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은 당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이 신앙·교리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절차에 대한 판단이라는 취지다.

법원은 이 목사의 발언 등이 교회법상 죄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출교처분까지 내리는 건 재량권 일탈 남용일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출교는 공동체에서의 추방, 곧 파문을 의미한다. 국내 감리교를 넘어 전 세계 감리교 차원에서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면 헌법상 종교 및 양심의 자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징계”라며 “과거 출교처분 사례와 비교하더라도 비례 원칙에 위반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가 낸 징계 무효확인 본안소송은 지난 6월 무변론판결로 ‘취소’ 판결을 받았고, 감리교 측이 항소해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목사는 2019년에도 이 사건과 유사한 행위를 해 2022년 교회재판에서 ‘정직 2년’의 징계처분을 확정받았는데 이 역시 취소소송 1심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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