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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연금과 보험

“가만 있는데 뒤에서 박아? 너 잘만났다”...치료비 1300만원 청구, 보험 한도 훌쩍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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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지급 까다롭게 만들었지만
작년 한도초과 치료환자 46.4%
한도 초과 환자 90% 한방 이용
통증 호소만으로 장기치료 가능
진단서 제출 의무화 효과 제한적
뇌진탕 진단 40% 증가 풍선효과도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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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신호대기 중이었던 A씨의 차는 뒤따라 오던 차에 추돌했다. A씨의 차량이 정차 중이었던 탓에 뒷 차 운전자가 사고에 대한 모든 과실책임을 졌다. A씨는 어깨와 허리통증 등을 호소했고, 8개월간 78회 통원 치료를 받았다. 차량 수리비가 34만원에 불과했지만 A씨는 치료비 553만원에 더해 향후치료비(합의 후 치료에 들어갈 비용) 포함한 합의금으로 750만원을 받아갔다. A씨는 2주마다 한방 의료기관으로부터 꼬박꼬박 진단서를 발급받아 치료 기간을 늘려갔다.

자동차보험 교통사고 경상환자에 한방병원의 과잉진료 규모가 연간 58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도덕적 해이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보험금 누수를 막을만한 제도적 장치는 부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5년동안 경상환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차종합보험으로 ‘책임보험의 한도금액’을 넘는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보험인 책임보험에서는 상해 정도에 따라 적정한 치료비 한도를 법적으로 정해놓았는데,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이를 넘겨서 치료 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책임보험 한도금액을 넘은 치료비에 대해 과잉진료나 도덕적 해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4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보험금을 청구할 때 진단서 제출이 의무화 되고, 과실 비율에 따라 일정부분 책임을 지도록했지만 차보험 이해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보험개발원 등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책임보험금 한도금액을 초과해 치료를 받는 자동차보험 환자는 47.4%에 달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자동차보험 종합개선 방안을 통해 보험금 지급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책임보험금 한도금액을 초과해 진료를 받는 환자 비율은 46.4%로 최근 5년 평균치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제도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는 상해급수별로 책임보험금 한도금액을 설정하고 있다. 경상환자(12~14급)의 한도금액은 50~120만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령상 책임보험금 한도금액을 두고 상해등급별로 합리적인 치료비를 규정해 뒀지만 절반에 가까운 환자들은 이를 초과해 진료를 받고 있다”며 “한도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대부분 차보험 가입자들이 가입한 종합보험(대인배상2)를 통해 해결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방병·의원은 책임보험금 한도금액을 초과해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창구가 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책임보험금 한도 초과그룹과 한도 이내 그룹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한도 초과그룹은 한방진료 이용률이 90%에 달했다. 한도 이내 그룹의 한방 진료 이용률 48%를 큰 폭으로 웃돈다. 한도 초과그룹의 치료비는 177만 7000원으로 한도 이내그룹 29만 8000원의 6배에 달했고, 합의금 역시 106만 6000원으로 한도 이내 그룹 73만 3000원대비 30만원 이상 많았다.

도덕적 해이가 유발하는 과잉진료 막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환자의 주관적 통증 호소만으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점이 꼽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인은 교통사고 피해 정도를 파악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환자의 주관적 통증 호소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지난해 1월 약관 개정에 따라 4주 이상의 치료의 경우 2주 간격으로 진단서 제출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환자를 유치해 수익을 내야하는 병·의원 입장에서는 환자의 의사대로 진단서를 내줄 유인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대환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환자는 병원에 오래 머물수록 합의금을 더 받아낼 수 있고, 의료공급자들은 환자가 더 많은 치료를 받아야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구조”라며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의 이해관계가 완벽히 일치하는 상황에서 사기에 가까운 과잉진료 행위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료기관은 제도 개선 이후에도 경미한 수준의 사고 환자에 대해 추가 진단서를 반복 발급하는 등 과잉진료 행태 지속하고 있다. 삼성화재과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4대 손해보험사에서 집계한 결과 지난해 20회 이상의 진단서 발급을 통해 장기간 치료를 받은 경상환자만 80명에 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염좌는 양방을 기준으로 3∼4주 진단이 일반적이지만, 이런 사례들의 경우 20여차례 추가진단서를 발급 받아 약 40주의 장기치료와 과잉 진료비 등 청구했다”며 “특히 일부 한방병원과 한의원을 중심으로 다수 진단서 발급 사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규제를 교묘히 피해가는 병·의원들의 행태도 나온다. 지난해 1월부터 경상환자(12~14급)에 대한 보험금 지급 절차가 깐깐해지자 일부 병·의원에서 뇌진탕(11급)으로 진단을 내려 제도를 우회하는 행태가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화재과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집계한 교통사고 11급 환자수는 2022년 3만 7100명에서 2023년 5만 2200명으로 40.7% 증가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주관적 호소를 근거로 진단이 이뤄지는 뇌진탕을 중심으로 11급 환자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있다.

작년 1월부터 도입된 교통사고 과실책임주의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경상환자 치료비가 대인배상 책임보험금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과실을 따져 피해를 나눠지도록 했지만 제한적인 효과만 봤다는 평가다. 교통사고 나일롱환자들의 경우 후미추돌 사고 비중이 높은데, 이 경우 과실 비율이 대부분 0%로 잡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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