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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故 이선균 '탈출', '물밑 작업'도 했는데…뛰어넘지 못한 '진입 장벽'[TEN스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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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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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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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개봉 직전까지 수정을 거듭하는 ‘물밑 작업'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지난해 칸 공개 당시 호평과 혹평이 오간 가운데, 혹평 받은 부분을 개선한 것. 하지만 아쉽게도 관객들에게 쉽게 선택 받진 못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무게감 있고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심리적 허들이 높아진 까닭이다.

최근 국내에서 정식 개봉한 '탈출'은 지난해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상영됐다.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서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서 고립된 사람들이 탈출하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제작비 약 185억 원이 들어간 재난물이라는 점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관객들에게 익숙할 수 있는 반면, 식상할 수 있었기 때문. 이러한 우려는 칸에서 공개 직후 현실이 됐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탈출'에 대해 "독창적이지 않고, 설득력 없는 외침, 개연성 없는 희생에 어설픈 반전, 잘못 배치된 코미디, 감정의 강요가 만연하다"고 평가했다. 북미의 더 리뷰 긱은 "낯익은 얼굴의 예측 가능한 액션 영화"라면서 "존경받는 영화제에서, 헤비급 영화들 사이에서 다소 어색한 '탈출'"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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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뷰에서 김태곤 감독은 "반응이 엇갈렸단 얘긴 상영 후에 듣게 됐다. 그 안에서 반응은 좋았다. 저희끼리 자축도 많이 했다"며 "관객들에게 영화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칸 상영 후 여전한 코로나 팬데믹 여파, 세상을 떠난 이선균 등 여러 상황으로 인해 '탈출'의 개봉이 늦춰졌다. 부족하거나 과한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김 감독은 이 기간 칸에서의 평가를 수용하며 재편집, 수정을 거듭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에 국내 개봉 버전은 달라졌다. 극 중 부녀, 부부, 자매, 견주와 반려견 등 다양한 관계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 아버지 정원(이선균 분)과 사춘기 딸 경민(김수안 분)의 이야기가 큰 줄기다. 칸에서는 주변 인물의 서사를 다양하게 보여준 반면 국내 개봉 버전에서는 주변 인물의 이야기는 좀 더 압축하고 정원-경민 부녀 사이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야기의 집중도가 분산되지 않게 한 것이다.

재난물하면 생각나는 클리셰인 '신파'도 적당한 수준으로 덜어냈다. 가족애, 인류애 등 과하게 들어간 인물 간 감정을 줄이고 관객들이 그들의 감정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했다. 김 감독은 "요즘 관객 트렌드는, 만든 사람들이 먼저 가이드 제시하는 걸 안 좋아하는 것 같다. 관객 스스로 느끼고 소화해내길 바라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과잉됐던 부분을 덜어냈다"고 설명했다. 지루하게 늘어질 뻔했던 전개가 가벼워지면서 긴장감, 속도감도 높였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 안개 낀 공항대교이기 때문에 관객도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부분도 조금 개선됐다. 자연스럽게 러닝타임도 줄었다. 배경음악도 일부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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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탈출'은 좀처럼 기세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거대 자본이 투입됐다고 하면 관객들은 흔히 스펙터클한 액션, 신파가 짙은 감정, 민폐가 되는 캐릭터들과 같이 예상하는 전개가 있다.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관객들이 진입 장벽을 느끼는 부분이다. 현실이 답답한 만큼 영화는 유쾌하고 경쾌한 작품을 보고 싶어 하는 것. 현실과 비슷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는 것을 피하려는 관객들의 경향이 팬데믹 이후 더욱 짙어졌다.

이는 지난해 개봉해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긴 '콘크리트 유토피아'나 현재 상영되고 있지만 사실상 흥행 실패인 '하이재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관객들은 재미가 확실히 보장되는 이야기, 경쾌하거나 기발한 이야기에 더 호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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