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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검찰과 법무부

[단독] “아는척 마, 성과 깎여”…범인 잡아놓고도 검찰에 못 넘긴다는데, 이게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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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경찰서에서 범인 검거땐
일부러 협조 안하는 경우 많아
검거율 성과 경쟁에 책임 회피


매일경제

경찰. [사진 제공=연합뉴스]


“사기 사건의 고소장만 100건 넘게 접수됐습니다. 1년 넘게 범인을 추적해 어렵게 검거했고 구속영장을 받아 송치만 하면 되는데 못하고 있습니다.”

한 경찰서 수사담당관은 공들여 범인을 검거하고도 사기 피해가 최초 발생한 지역 경찰서에서 발생원표를 승인해주지 않아 더 이상 일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최근 경찰 내부망인 ‘현장활력소’에는 발생원표를 승인해주지 않아서 수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발생원표는 사건을 접수한 경찰서에서 입건한 후 작성한 후 사건 발생 지역 경찰서로부터 승인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범죄 발생 지역의 경찰서가 발생원표를 승인해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으로 경찰이 새로 도입한 성과지표가 지목된다. 경찰은 올 들어 ‘사기범죄 검거율’이라는 성과 지표를 도입해 전국 경찰서를 평가하고 있다.

검거율은 관할지역 내 사건 발생 대비 검거 실적을 따진다. 사건 발생 건수는 줄이고 검거 실적을 높여야 검거율이 올라간다. 다른 경찰서에서 수사하는 사건을 자신들의 관할 안에서 발생한 것으로 인정하면 검거율에 손해를 보는 구조다. 요컨대 ‘당신들이 수사하는 사건은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책임회피가 발생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사기 사건 발생 지역이 광범위하거나 지역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발생원표를 승인할 경찰서가 어디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이 경우 피의자 검거 등 실질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고도 종결을 짓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경제범죄 수사팀 소속 한 경찰관은 “범죄지역이 나와있지 않은 인터넷 사기 사건의 경우 접수한 관서에서 발생원표 승인을 못한다고 할 경우 난감하다”며 “만약 계좌 명의 주소지가 아닌 곳에서 피의자가 검거될 경우 검거 지역에서 발생원표를 승인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수사관은 “성과가 나쁘게 나올까봐 경찰서들끼리 핑퐁만 심해졌다”며 “탁상공론으로 만든 성과 지표로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일선 경찰관은 “수사관 인원수 대비 검거 인원을 비교하는 등 다른 성과지표 대안이 충분히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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