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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0 (금)

이슈 로봇이 온다

[르포]AI가 불량률 '1%'로 낮추고 로봇이 '500㎏' 든다…LG 스마트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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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기도 평택 LG디지털파크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

매출 兆단위·영업이익률 두자릿수 목표"

인텔과 미팅…반도체고객 확보노력

인공지능(AI)이 공장 설계를 자유자재로 한다. AI가 "긴급 정지"라는 사람 말을 듣고 설비를 멈춰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AI가 제어하는 로봇이 사람 대신 물건을 최대 500㎏까지 들어준다. 사람이 통과하기 어려운 바닥에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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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생산기술원이 개발한 자율주행 이동로봇(AMR)이 좁고 빛 반사가 있는 환경에서도 주행하는 모습을 테스트하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


18일 찾은 경기도 평택 LG전자 생산기술원 스마트팩토리확산센터(SFAC)는 고요했다. AI와 로봇이 주요 업무를 도맡아 한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SFAC A 전시관에 들어가자마자 설계·검증 시뮬레이션 시스템 '프리즘(PRISM)'이 보였다. 공장 현황을 실시간 점검하고 30초마다 공장 물류 데이터, 관제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 조치를 해주는 솔루션이다. LG전자 경남 창원·미국 테네시 공장,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공장 등에서 사용 중이다.

사람 음성으로 AI를 제어하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신준현 LG전자 생산기술원 신사업개발태스크 팀장이 프리즘을 향해 "불량이 감지돼 부동(움직이지 않음) 현상이 발생했다. 제어 인원 점검 요청한다"고 말하자 프리즘 모니터에 붉은 세모 모양 '경고' 이미지가 떴다. 사람 말을 들은 기계가 자동으로 멈춰 사고를 막기도 한다. '프라이캠(PRAI-CAM)' 장비를 향해 신 팀장이 "긴급 정지"라고 외치자 설비가 멈췄다. 신 팀장은 "스마트팩토리에 AI를 적용하면 마이크, 무전기 하나로 공정을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 데모라인에서는 LG전자가 2018년 인수한 산업용 로봇업체 '로보스타'가 만든 로봇 팔이 공정에 투입됐다. 로봇 팔이 세척기 표면 구멍을 찾아 잘못 끼워진 부품을 바르게 끼워 넣었다. 신 팀장이 일부러 부품 하나를 빼두자 모니터에 세모 모양 경고 이미지가 떴다. 신 팀장은 "사람 네 명이 달라붙어 하던 부품 교체 작업을 로봇 한기가 대체한다"고 했다.

콩을 젓가락으로 집듯 물건을 집는 AI 기반 '빈 피킹(bin picking)' 기능도 갖췄다. LG전자 실시간 AI 공정감지 시스템 '비전'을 통해 6시간 동안 AI를 학습시킨 뒤 비전에 좌표를 저장시킨다. 이 좌표를 AI가 로봇에 보내주면 로봇이 알아서 부품을 집는다. 손신웅 LG전자 생산기술원 로봇FA솔루션담당 책임연구원은 "조명 때문에 작은 부품을 작업자가 인식하기 어려울 때 AI가 이를 포착해 (사물) 인식률을 높여준다"며 "에러율(불량률)을 5%에서 1% 수준으로 낮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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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AMR이 부품·자재 공급용 카트를 운반하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


저상형 산업용 자율주행 이동로봇(AMR)은 이차전지 공장에 주로 투입된다. AMR에 로봇 팔을 붙여 무거운 물건을 운반한다. 최대 500㎏ 물건을 들 수 있다. 로봇 상부(상체)는 협동로봇, 하부(하체)는 자율주행로봇으로 만든다. 사람이 작업하기 어려운 땅바닥에 저상형 AMR을 투입하면 자율주행을 해가며 사람 대신 일한다.

손 책임은 "다루는 제품이 크고 위험한 이차전지 공장에서 저상형 AMR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로봇이 운반과 장착까지 끝낼 수 있도록 만들어 이차전지 전극공정에서 조립공정까지 무인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대화 LG전자 생산기술원장(사장)은 "초저상형 AMR을 비롯한 물류·조립·검사 자동화 솔루션을 계속 찾아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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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화 LG전자 생산기술원장(사장)이 18일 평택 디지털파크에서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


LG전자 생산기술원 SFAC 사업 전담 담당 인원은 약 70명이다. 생산기술원 전체 연구개발(R&D) 인력은 1800여명이다. 생산기술원은 올초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LG그룹 계열사 외 업체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2000여억원의 수주 실적을 냈다. 송시용 LG전자 생산기술원 스마트팩토리사업담당(상무)은 "연말 수주액 3000억원, 매출액 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LG전자는 6년 안에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 매출을 조(兆)단위로 늘릴 계획이다. 영업이익률을 10% 이상(두 자릿수)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북미 지역에 진출한 LG그룹 제외 한국 기업 신설 공장을 중심으로 수주를 늘려가고 있다. 송 상무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서 이익률 '더블디짓(두 자릿수)'을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차전지, 자동차부품, 물류업체 등 고객사 20여곳을 확보했다. 앞으로 반도체, 바이오, 식음료 등으로 수주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베트남 호찌민 인텔 공장을 찾아 협력 논의를 했다. 송 상무는 "인텔과 아직 계약한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협력 논의 중"이라고 했다.

LG전자는 반도체 공장에서도 자사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쓰임새가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LG가 반도체 사업을 직접 하지 않아도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정 사장은 "반도체 포장 출하, 재료 이송, 장비 이상 감지 공정 등에 자사 제품을 얼마든지 쓸 수 있다"며 "무인화 프로젝트를 턴키(일괄생산) 방식으로 해결해달라고 요청하는 반도체 업체도 있다"고 했다.

평택=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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