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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1 (토)

"비오면 무서워서 잠도 못 자요"…'물폭탄'에 불안 떠는 구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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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시간당 100㎜ 비로 수해 판자촌

뉴시스

[서울=뉴시스] 최원우 인턴기자 = 사진은 18일 오전 구룡마을에 있는 한 가건물 모습. 2024.07.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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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최원우 인턴기자 = "우리처럼 위험에 노출돼 있는 사람들은 (폭우 오면) 잠도 못 자요."

서울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18일 오전. '서울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 주민 김모씨는 비탈길을 타고 쏟아지듯 흘러내리는 빗물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비가 오면) 항상 두렵고 무섭다"며 "어젯밤에 (비가) 많이 와서 잠 못 자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잠을 거의 못 자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뉴시스가 만난 구룡마을 주민들은 전날부터 쏟아진 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비닐과 나무판자를 덧대 만든 가건물은 수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이곳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었다.

김씨가 거주하는 가건물 외벽에는 빗물이 들이치는 걸 막기 위한 모래 포대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그는 "벽에 힘이 없어서 물이 벽을 치면 벽이 무너지고 (빗물이) 치고 들어온다"며 비탈길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언제든 불어나 허름한 집 외벽을 부수는 걸 대비해 모래 포대를 쌓아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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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원우 인턴기자 = 사진은 18일 오전 구룡마을의 한 가건물 앞에 놓여있는 모래 포대. 2024.07.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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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어졌다 얇아졌다를 반복하며 쉴 새 없이 내리는 빗줄기에, 주민들은 지난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입었던 수해를 떠올렸다.

한 주민은 "약속도 있고 일도 있어서 매일 나가는데, 오늘은 혹시 물이 들어찰까 봐 집을 지키는 중"이라며 "이전 수해 땐 무릎 높이까지 집에 물이 찼다. 이번에도 또 그럴까 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곳에서 채소가게를 하는 다른 주민도 "(당시) 가게 앞에 물이 차서 난리도 아니었다. 지금도 집에 가보면 아주 엉망"이라며 "노인이 많아서 이번에도 걱정된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의 연령대가 60~70대 고령층인 걸 고려해 취약 가구를 자체적으로 점검하는 일종의 주민자치회도 꾸려져 분주하게 마을을 살피고 있었다.

자치회 회원이라는 육모(63)씨는 "마을에 고령이 많아서 이전에 사고가 났던 곳을 위주로 한 번씩 보고 있다"며 "오후엔 회원들을 배치해 거동이 어려운 분들을 한 명씩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강남구청도 혹시 모를 수해를 대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만난 강남구청 공간개발과 관계자는 "주민센터 직원들과 구청이 수시로 점검 중"이라며 "오전에 구청장님이 현장 확인을 했고 제가 2차로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8월 집중호우 당시 시간당 100㎜ 이상 내린 역대급 폭우로 구룡마을은 직격타를 맞은 바 있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마을 일부 집은 담장이 무너져 내렸다. 침수 피해로 180여가구, 36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강남구청이 마을 입구를 가로지르는 하천 등을 정비했지만, 구룡산·대모산을 타고 물줄기가 모이는 마을 위치상 수해 대비 시설을 설치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9일까지 수도권에 강수량 150㎜ 이상의 집중호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부지방에는 늦은 오후까지 시간당 강수량 30~60㎜, 최대 70㎜ 이상의 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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