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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9 (목)

가계대출 때리니 기업대출 올인...연체율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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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한국은행에 쌓인 신권. 쿠키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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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기업대출 연체율이 심상치 않은 점은 복병이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은 5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296조원9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가계대출 잔액(1115조5000억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증가세도 가파르다. 은행권 기업대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49조1000억원이 증가하며 가계대출 증가량(20조5000억원)의 두 배가 넘게 늘었다. 기업대출 중에서는 중소기업 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달 말 잔액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028조2000억원(중소법인 574조2000억원, 개인사업자 454조1000억원)으로 대기업 대출 잔액(268조6000억원)보다 훨씬 금액이 크다.

기업대출 증가는 은행들이 기업 대출 확대에 열을 올린 것도 한몫을 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과 이자장사 비판이 거세지자 은행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격적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해왔다. 올해 초 주요 은행들은 올해 연간 가계 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금융 당국에 보고한 바 있다.

가계부채는 이에 아랑곳 않고 빠르게 늘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월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5조3415억원 늘며 2021년 7월(6조2000억원 증가) 이후 2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국내은행 부행장들을 불러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한 데 이어 15일부터는 현장점검에 나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기업대출 건전성이 악화되며 나중에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5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51%로 전월 말 대비 0.03%p 올랐다. 부문별로 보면 기업대출 연체율이 0.58%로 전월보다 0.04%p 올랐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과 중소법인 연체율은 0.72%와 0.75%로 모두 전년과 전달에 비해 상승했다. 특히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0.69%)은 2014년 11월(0.72%)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번 돈으로 이자도 못내는 취약기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기업 비중은 2022년 33.5%, 2023년 40.6%로 치솟았다.

연체율 우려 속에 은행들의 전략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일단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여전히 기업대출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본부 차원에서 우량기업고객을 대상으로 대폭 할인된 금리를 내줄 수 있는 총 14조원 한도의 본부 특별금리승인제도를 도입했다. 또 영업점에 금리 자율성을 부여하는 ‘금리우대프로그램’에 2분기까지 2조2000억원을 배정했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특화점포 ‘비즈(BIZ)프라임센터’ 추가 개점을 검토하는 등 기업대출 영업망을 넓히고,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우대 금리 지원 프로그램 등을 확대하는 중이다.

반면 성장보다 관리에 방점을 둔 은행도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초부터 수익성이 낮은 기업대출 자산을 확대하지 않기로 하고, 영업점에 ‘일정 금리 수준을 밑도는 기업대출을 내주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신한은행도 수익성을 고려해 효율적으로 기업대출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연초에 당국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는데 증가세가 생각보다 빠르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에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부채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은은 지난달 낸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기에 확대한 기업대출은 은행의 수익성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산업별로 리스크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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