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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1 (토)

[단독] 카드사 ‘점자카드’ 무성의…“10년 전 표기에 카드번호도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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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장애인인식개선축제에서 한 시민이 점자책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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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올해 초부터 전체 카드를 점자로 발급하기 시작했지만, 최신 점자 규정을 반영하지 않아 여전히 시각장애인들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들은 점자카드 확대 자체에는 만족한다면서도, 제작 규정 등을 좀더 세심하게 개선해줄 것을 요청했다.



17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일부 카드(삼성·현대·케이비(KB)국민·롯데카드의 샘플·실제 카드 7개)를 골라 점검한 결과,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한국 점자 규정’을 전부 지킨 카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ㄱ카드는 점 높이와 지름, 점간 거리 등이 모두 최소 수치에 미치지 못했다. ㄴ카드는 점 높이만 규정을 충족했고, 다른 카드들도 대부분 점자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모든 카드사가 관련 규정을 충족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한글을 익힐 수 있도록 마련한 공식 문자 체계다. 표준화된 규정이 존재하고, 시각장애인들도 규정에 따라 점자 읽는 방법을 익힌다. 올해 3월 시행된 ‘한국 점자 규정’ 개정안을 보면 △점 높이(0.4~0.9mm) △점 지름(1.5~1.6mm) △점간 거리(2.3~2.5mm) △줄간 거리(10.0mm~) 등이 정해져 있다. 자간 거리는 소재에 따라 규정이 달라지는데, 카드 소재로 주로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은 자간 거리가 5.5mm~7.3mm로 규정돼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특수 소재 일부를 제외한 모든 카드를 점자로 발급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9월 ‘점자카드 발급 개선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까지 점자카드는 각 카드사별로 2∼8개 종류만 가능했다. 그간 시각장애인들은 온라인쇼핑 등 카드번호를 알아야 하는 상황에 점자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불편을 토로해왔다. 비슷한 크기의 신분증·카드들을 구분하는 것조차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점자카드 전면 발급이 시행된지 반년이 넘게 흘렀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여전히 사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카드사들이 점자 표기를 최신 규정에 맞게 하지 않은 탓이다. 시각장애인 홍서준(44)씨는 “카드 크기가 작아 자간 거리 등을 지킬 수 없다면, 최소한 줄마다 간격은 같아야 한다. 한 카드 안에서도 간격이 들쑥날쑥해서 숫자를 읽기에 혼란스럽다”고 했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도 “자간 거리가 기준보다 좁을 경우 여러 숫자가 겹쳐진 것처럼 느껴져 읽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한국은행과 금융사들이 만들어 2013년 도입한 ‘금융거래카드 점자표기 표준’을 따랐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따로 카드사에 점자 규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주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연주 사무총장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점자 규정도 많이 변화했다. 2013년 도입된 규정으로 카드를 제작할 경우, 장애인 단체나 점자 교정사와의 협의 과정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청 과정의 편의성도 과제다. 금감원은 당초 콜센터로 전화 연결이 되면 첫 번째 단계에서 점자카드 발급 상담 메뉴로 바로 이동되거나 전용 전화번호를 신설하도록 편의성을 높이겠다 했지만, 카드사마다 문턱의 높이가 다르다는 것이다. 점자카드 발급을 신청해 본 경험이 있다는 한혜경(28)씨는 “담당 상담사로 바로 연결이 되지 않거나, 담당 상담사라도 사람마다 발급 절차에 대한 안내가 달랐다”고 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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