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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6 (월)

국민의힘 전대, 폭력사태 이어 이번엔 '극우 경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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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전당대회 TV토론에서 이번엔 극우·혐오발언을 앞다퉈 쏟아냈다. 전날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들 간 물리적 충돌로 폭력사태가 발생한 직후다.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후보의 '정체성'이 의문이라며 동성혼, 차별금지법 등에 대한 의견을 묻던 중 "동성혼이라는 것은 가족 제도 이전에 우리 인간의 질서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 후보도 비동의간음죄, 외국인 투표권 등 강성보수 내지 극우세력의 관심사 문제로 다른 후보들을 공격했고, 나경원 후보는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지급론'을 주장하며 "(ILO) 차별금지 협약을 깨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면 그것도 논의해보자"고 했다.

이들은 이런 공방을 주고받은 후 "생산적 토론회였다"(윤상현), "오늘 토론 좋았다"(한동훈), "오늘은 정책 토론도 많이 됐다"(원희룡), "정책과 여러 가지 자질 검증이 골고루 됐다"(나경원) 등의 자평을 내놨다.

원희룡 "동성혼은 가족제도 이전에 인간의 질서 문제"

원 후보는 16일 밤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TV토론회에서, 한 후보를 향해 '정체성에 의문을 가지신 당원들이 많다'는 취지로 △대한민국 건국일이 언제인가 △동성혼에 찬성하는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른바 '좌파논란'이 일었던 한 후보에 대해 보수진영, 특히 극우세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들을 통해 사실상의 '사상검증'에 나선 셈이다.

이 과정에서 원 후보는 한 후보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동성애 혐오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한 후보가 동성혼 찬반 질문에 "차별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법제로서 어떤 제도를 가족제도로 편입시키는(가 하는) 것은 여러 가지 권리, 의무를 복잡하게 만들고 기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며 "현 단계에서는 동성혼은 법제화해선 안 된다"고 대답하자, 원 후보는 "어느 단계에서는 할 수 있다는 건가"라고 재차 물었다.

한 후보가 이에 "세상은 변하고, 세상의 단계에 있어서 예전에 미국도 안 그러다 (동성혼이) 인용됐다. 이건 어떤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하자, 원 후보는 "저는 단호히 반대한다. 왜냐하면 동성혼이라는 것은 가족 제도 이전에 우리 인간의 질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동성혼은 인간 질서에 위배된다'는 주장인 셈이다.

원 후보는 또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동성애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하면 그게 바로 차별행위로 간주되어서 금지되고 또 제재를 받는 그런 조항들", "동성애든 또 여러 가지 이유에 대해서 비판하는 그러한 자유를 차별 행위라는 이유로 금지시키는 것",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런 법은 절대로 통과돼선 안 된다"고 했다.

이는 국내외 인권 상황에도 반하는 발언으로, 한국 법원은 지난해 3월 국내 동성부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동성부부와 이성부부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동성부부의 사회보장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바 있다. 또 국제연합(UN)의 난민기구, 인종차별철폐위, 여성차별철폐위, 자유권위,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등은 지난 2010년대부터 수차례 한국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UN은 한국정부 5차 국가보고서 심의 후 최종견해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한 후보의 경우 "차별을 금지해야 된다, 예를 들어서 어떤 성적 지향 때문에 차별을 받고 공격받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건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현재 국회에 계류된 차별금지법들에 대해선 "규정을 보면 인권위의 과도한 권한을 인정하고 있고 권리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형사처벌 규정을 만들고 있다"며 "그 법은 현재로서 통과돼서는 안 된다"고 현재 제안된 법안 내용의 일부분을 문제삼아 반대한다고 했다.

프레시안

▲국민의힘 나경원(왼쪽부터),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채널A 스튜디오에서 열린 3차 당 대표 후보 방송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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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동의간음죄는 억울한 사람 양산, 투표권 가진 외국인은 대부분 중국인"나경원 "ILO 차별금지협약 탈퇴"

후보들의 이 같은 발언은 정책경쟁 과정에서 당원층에 분포된 적극적 보수층들에게 어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 후보 또한 비슷한 모습을 보였는데, 한 후보는 나경원 후보에겐 '과거 비동의간음죄가 포함된 형법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점을 들어 "억울한 사람을 양산할 수 있다"고, 원 후보에겐 '과거 외국인 투표 관련한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을 들어 "현재 투표권을 가지게 된 외국인은 거의 중국인이 대부분"이라고 각각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 자리잡은 안티-페미니즘, 반중 정서에 경도된 집단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나 후보는 한 후보의 질문에 "이런 법안들은 특정 커뮤니티에서 굉장히 관심이 많은 법안들"이라며 "지도자라면 큰 그림의 법안들을 말씀하시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다만 나 후보와 원 후보는 모두 '현재는 해당 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 후보와 나 후보는 나 후보가 지난 합동연설회부터 주장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두고도 충돌해 눈길을 끌었는데, 이 과정에서 나 후보는 '외국인 최저임금 차별'을 실행하기 위해 한국이 의장국으로 있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금지협약을 폐지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 후보는 나 후보를 겨냥해 "저도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을 두면 효과적일 것 같다"면서도 "저희는 ILO의 그냥 가입국이 아니라 차별금지 협약을 비준한 나라", "최저임금을 외국인하고 차별하는 법안을 만들었을 때 여러 가지 국제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반대 논거를 들었는데, 이에 나 후보는 "ILO 협약이 있고 우리가 차별금지협약에도 가입을 했기 때문에 이것을 탈퇴하는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복잡한 부분이 있는데 여기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차별금지 협약을 과연 우리가 깨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면 그것도 논의를 해보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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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채널A 스튜디오에서 열린 3차 당 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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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한동훈 전선' 계속…"곶감만 빼먹는 황태자", "韓 출마 자체가 당 분열"

한편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는 이날도 한 후보에 대한 집중공세를 이어갔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황태자"였으나 현재는 "항아리에서 곶감만 빼먹는 모습"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배신론'을 재차 들고 나왔고, 한 후보의 채 상병 특검 수정안을 비판하면서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한동훈 특검도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는 "민주당의 억지 주장에 올라타고 계시지 않나"라며 "오히려 원 후보의 그런 태도가 문제"라고 맞받았다.

나 후보는 지난 16일 천안 합동연설회에서 일어난 한 후보와 원 후보 지지자 간의 폭력사태를 언급하며 "한 후보가 출마하시는 것 자체가 이렇게 당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 또 대통령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 파탄이 난 부분에 있어서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와 원 후보를 싸잡아 "당권을 대권의 디딤돌로 생각"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상현 후보는 친윤계 탈당인사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주장한 '한동훈 댓글팀 운영', 원 후보가 주장한 '사천 의혹' 등을 집중조명, 한 후보에게 "장 전 위원의 여론 조성팀 있었나, 없었나", "보수 유튜버들한테 어떤 여론 조성해달라 그런 부탁하신 적 있나", "측근 중에 몇 분이 지난 비례대표 공천 선정에 관여했나" 등의 질문 공세를 폈다. 한 후보는 해당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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