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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6 (월)

[데스크 칼럼] ‘국장 탈출은 지능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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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우리는 가스라이팅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은 가정, 학교, 연인 등 주로 밀접하거나 친밀한 관계에서 이뤄진다. 근래에는 사람들의 삶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가스라이팅도 만연해지고 있다. 정치권이 댓글부대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려는 불법을 저지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SNS를 통한 가스라이팅이 만연해 있는 대표적 분야가 투자 시장이다. 2020년을 전후해 부동산, 코인 등이 오를 때 ‘벼락거지’라는 말로 투자를 유인했고, 가격이 올라 투자금이 모자란 사람들에게는 영혼을 끌어모아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영끌’이라는 신조어로 가스라이팅했다. 물론 가스라이팅을 당해 자신의 자금 상황과 투자 성향에 맞지 않는 투자에 나선 사람들의 결과는 언제나 그렇듯이 좋지 않았다.

‘영끌’ 이후 몇 년 잠잠하던 투자 시장에서 또 하나의 가스라이팅이 최근 만연해지고 있다. 바로 ‘국장(한국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다.

부동산이 다시 전고점을 향해 오르고,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테슬라, 엔비디아 등 ‘텐버거’(10배를 뜻하는 ‘ten’과 야구에서 타자가 한 경기에서10개의 안타를 친다는 10루타의 루타를 뜻하는 영어단어 ‘bagger’의 합성어) 종목들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코스피 주가지수 2800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뭐하고 있냐는 것이다.

하루빨리 국내 주식을 팔고 넘어가는게 이득이라며, 부동산이나 미국 주식시장 투자를 유인하려는 사람들이 투자자들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엔비디아와 같은 텐버거 회사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은 항상 우상향하는데,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박스권이니 국내 주식시장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말은 국내 지수에 투자하는 사람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국내 주식 지수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지 말고 탈출해서 미국 주식 지수나 ELS에 투자해야 한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테슬라, 엔비디아 개별 종목 이야기를 하면서 박스권에 갇혀 있는 국내 주식시장 지수를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근거다.

작년 이맘때인 7월 14일에 엔비디아 주식 가격은 45.47달러였다. HD현대일렉트릭의 같은 날 종가는 6만7800원이었다. 1년이 지난 올해 12일 엔비디아는 129.28달러이고, HD현대일렉트릭은 33만4500원이다. 엔비디아 2.8배 오를 때 HD현대일렉트릭은 4.93배 상승했다.

HD현대일렉트릭과 같은 대기업 계열사뿐 아니다. 오히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중소기업에서 텐버거 종목이 되는 경우가 과거에나 지금이나 꾸준히 있다. 중견기업인 삼양식품을 작년 7월 14일 종가(11만9400원)에 샀다면 4.96배의 수익률을 보고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같은 기간 실리콘투 6~7배, 제룡전기 4~5배 등 최근 1년간만 봐도 여러 회사들이 있다.

9년 전 엔비디아가 1달러대이던 2016년 7월 15일 기준 10배가 올랐다고 한다면, 대표 K-중기 중 하나였던 한미반도체는 당시 3000원대이던 주가가 현재 16만 원으로 50배가 넘게 올랐다. 테슬라만큼이나 에코프로와 같은 이차전지 관련 중소기업들 중에도 오른 회사가 많다.

이러니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교묘한 조작과 틀린 근거로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인 셈이다. 투자나 재테크에 정답은 없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원칙이 있을 뿐이다.

[이투데이/설경진 기자 (skj78@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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