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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6 (월)

“트럼프는 히틀러”라던 39세 흙수저 밴스… 트럼피즘 후계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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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후보 지명]

‘금수저’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

해병대→변호사→벤처기업 대표… 외할머니가 키운 자수성가 상징

전략지 러스트벨트 표심 공략… 트럼프 장남과도 친분 두터워

동아일보

공화당 부통령후보 부부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개막된 15일(현지 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 상원의원(오른쪽)과 부인 우샤 밴스 변호사가 박수를 치고 있다. 밀워키=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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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의 젊은 밀레니얼 세대, 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빈곤층 출신, 변호사와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인을 거친 유력 정치인, 이라크전에 참전한 해병대 병사, 인도계 아내….

15일(현지 시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은 러닝메이트인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삶의 궤적이 180도 다르다. 부유한 기업인 가정에서 태어나 평생 이른바 ‘금수저’였던 트럼프 후보와 ‘흙수저’인 밴스 부통령 후보는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미 폭스뉴스는 “밴스는 트럼프와 사상적으로 일치하고 강한 충성심을 지녔으면서도, 트럼프에겐 없는 특성을 갖췄다”며 “대선 득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트럼프 후보가 전략 지역으로 여기는 러스트벨트 유권자와 약세를 보여온 소수인종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데뷔한 정치 신인인 데다 수시로 정치 노선을 바꾼 인물”이라며 폄하했다.

● 풍랑 속 외할머니가 키운 ‘아메리칸 드림’

1984년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태어난 밴스 후보의 유년 시절은 ‘가난과 폭력, 마약 속에서 외할머니가 사랑으로 키운 손자’로 요약된다.

밴스 후보와 그의 이부(異父) 누나는 부모의 이혼과 어머니의 약물중독으로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런 밴스 후보를 지탱한 건 망가진 엄마를 대신해 돌봐준 외할머니였다.

그는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외할머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다. 지금도 외할머니를 ‘마마우(Mamaw·나의 엄마를 뜻하는 지역 사투리)’라 부를 정도다. 그는 “마마우는 구원의 은총이었다”며 “할머니의 엄격한 사랑과 규율이 날 올바른 길로 인도했다”고 했다.

밴스 후보는 지역 고교 졸업 뒤 미 해병대에 입대해 5년간 복무하며 이라크전에도 참전했다. 이후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정치학과 철학을 전공하며 학부를 2년 만에 졸업했다. 예일대 로스쿨 진학 뒤엔 법률저널 편집장과 로스쿨 재향군인회 회장도 지냈으며, 여기서 만난 인도계 미국인 우샤 칠루쿠리와 2014년 결혼했다. 둘 사이엔 유언(6)과 비벡(4), 미러벨(2) 등 세 자녀가 있다.

로스쿨 졸업 뒤 그는 다국적 로펌 변호사와 캘리포니아 투자사 벤처 캐피털리스트(투자 전문가)로 일했다. 이때 억만장자인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 등 실리콘밸리 거물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의 권유로 쓴 2016년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가 큰 화제를 모으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2022년 상원의원(오하이오)으로 선출됐다.

● 트럼프 ‘극혐’에서 ‘열성 지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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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이름 추가한 전용기 트럼프 대선 캠프는 트럼프 아래 밴스의 이름을 추가한 전용기 사진도 공개했다. 트럼프 캠프 제이슨 밀러 선임고문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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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는 트럼프 후보를 극도로 싫어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현상을 “통증을 잊게 하지만 고통의 원인은 해결하지 못한다”며 “문화 마약(cultural heroin)”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건 그의 매력 때문이 아니라 기성 언론과 정치, 경제에 대한 분노 때문”, “미국의 히틀러”, “참을 수 없는 존재” 등 강력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며 돌연 자신의 과거 발언을 공개 사과한 뒤 ‘트럼프 충성파’로 전향했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 신념을 버렸다는 비난이 거셌지만, 밴스 후보는 트럼프 정책을 지지하며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에도 헌신해 트럼프 지지층의 호응을 얻는다. 최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트럼프의 형사 재판에선 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하기도 했다.

밴스 후보는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도 절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NBC방송은 공화당 관계자를 인용해 “당초 트럼프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를 부통령으로 염두에 뒀지만, 두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가 결사반대하며 밴스를 추천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자질은 충성심”이라며 “수개월 숙고 끝에 밴스를 선택한 건 이를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조 바이든 대통령 선거 캠프는 그나마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을 지명하지 않아서 안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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