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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6 (월)

‘봉선화 연정’ 남기고… 나비처럼 하늘 무대로 떠나 [고인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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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현철 1942~2024

뇌경색 등 오랜 투병… 향년 82세

1966년 데뷔했지만 긴 무명 생활

80년대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등

히트곡 발표… ‘트로트 4대 천왕’에

“트로트 위상 끌어올려 준 큰 별”

박현진 작곡가 등 동료 추모 발길

‘봉선화 연정’ ‘사랑은 나비인가봐’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트로트 가수 현철(강상수)이 지난 15일 밤 서울 광진구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2세.

세계일보

1989년 KBS 가요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현철이 감격한 모습으로 동료 태진아(오른쪽), 김흥국(왼쪽)과 함께 자신의 대표곡이 된 ‘봉선화 연정’을 부르고 있다. KBS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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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가족과 지인 등에 따르면,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난 현철은 동아대 경영학과를 자퇴한 뒤 1966년 ‘태현철’이라는 이름으로 첫 음반 ‘무정한 그대’를 발표하면서 가요계에 데뷔했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서 1979년 작곡가 박성훈과 ‘벌떼들’이라는 이름으로 팝송 ‘아이 워즈 메이드 포 댄싱(I Was Made For Dancing)’을 번안한 ‘다함께 춤을’을 발표하며 다시 대중 앞에 나섰다.

그는 이후 ‘현철과 벌떼들’로 이름을 바꿔 1980년대 들어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과 ‘사랑은 나비인가봐’ 등 히트곡을 잇따라 발표했고, 다시 1987년 솔로로 전향해 ‘백년해로’ ‘사랑의 가방을 짊어지고’ 등의 노래로 정상급 가수로 도약했다. 특히 1988년 발표한 ‘봉선화 연정’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로 시작하는 이 노래로 1989년 KBS ‘가요대상’ 대상을 받았고, 이듬해 또 다른 히트곡 ‘싫다 싫어’를 내면서 2년 연속 대상을 거머쥐면서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와 함께 ‘트로트 4대 천왕’으로 꼽혔다.

고인은 무엇보다 입에 잘 붙는 가사와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로 반세기 넘게 대중의 애환을 달랜 서민의 가수였다. 또한 트로트가 ‘성인가요’라는 이름으로 별도로 구분되던 1980∼1990년대 풍토 속에서 트로트의 명맥을 잇는 데 누구보다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2010년 후반까지 곡을 발표하며 활동하던 현철은 2018년 KBS1 ‘가요무대’ 출연 후 건강상 이유로 가수 활동을 중단했다. 2020년 KBS2 ‘불후의 명곡’에 하춘화와 함께 레전드 가수로 나온 것이 마지막 방송 출연이다. 그는 수년 전 경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신경 손상으로 건강이 악화해 오랜 기간 투병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애경씨와 1남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18일 오전 8시20분.

이날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가요계 동료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현철의 대표곡 ‘봉선화 연정’을 쓴 박현진 작곡가는 빈소를 찾아 “레코드 회사 운동장을 12바퀴 뛰고 ‘봉선화 연정’을 녹음한 기억도 난다”며 “트로트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려 준 큰 별이셨다”고 고인을 기렸다.

박 작곡가의 아들로 어린 나이부터 현철과 가까운 사이를 유지한 가수 박구윤도 고인을 ‘큰아버지’라 부르며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아버지 손을 잡고 목욕탕에 가면 ‘내 새끼 왔나’하며 예뻐해 주셨던 기억이 있다. 최고의 별이었던 큰아버지의 노래는 영원히 우리 가슴속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 강진과 김흥국, 방송인 이상벽 등 연예계 동료들도 입을 모아 고인의 다감한 성품을 회고했다. 강진은 “항상 웃는 모습으로 후배들을 맞아주시던 모습이 앞으로도 그리울 것”이라며 “저도 선배도 강씨라 행사나 방송에서 뵈면 ‘집안이다’하시며 손을 잡고 예뻐해 주신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흥국은 “1989년 ‘호랑나비’로 활동할 당시 형님과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대결하던 사이였다. 형님이 그해 KBS 가요대상에서 가수왕을 받자 같이 껴안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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