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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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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이초 1년, 교권침해 ‘소송 지원’ 올 상반기에만 6억…5곳은 지원 ‘0건’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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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교권침해 소송 지원 올해만 전국 6억5000만원

상반기에만 작년 한해 규모 뛰어넘어…경기 1억원 등

지역별 지원 격차…교육청 5곳은 지원 ‘0건’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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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를 3일 앞둔 15일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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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전국 교육청이 올해 상반기에 지출한 교권 침해 소송 지원액 규모가 6억5000여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해 동안 지원한 액수보다 30% 넘게 늘어난 수치다. ‘서이초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교사를 대상으로 한 법적 조치가 만연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5곳 지역 교육청에선 ‘소송 지원’ 건수가 한 곳도 없었다. 소송비 지원은 각 교육청 판단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교사에 대한 지원이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 교육청 올해 상반기 교권침해 소송비 지원에만 6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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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별 교권침해 소송 지원 현황. [자료=시도별 교육청·강경숙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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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교육활동침해 소송비 지원’ 현황에 따르면, 각 교육청은 올해 상반기 교사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 74건에 대해 총 6억5655만원의 소송비용을 지원했다. 이는 지난 1년간의 총 소송 비용 지원 금액 5억418만원 보다 36% 가량 많은 수치다. 현재 각 교육청은 교원배상책임보험을 통해 교사가 교육활동 중에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고소를 당할 경우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시교육청이 교사들의 소송 23건에 대해 6844만원 ▷경기도교육청 16건 1억1698만원 ▷인천교육청 9건 3570만원 ▷충북교육청 7건 2360만원 ▷충남교육청 4건 2981만원 ▷부산교육청 1430만원 등이다.

교육청들의 소송 지원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7월 ‘서이초’ 사건 이후 각 교육청들이 교권침해 사안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 영향이다. 오는 18일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이 사건 이후 교육부는 교육활동 중 학부모와 법적 분쟁을 치르는 교원에 변호사 선임 비용을 1인당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교원 배상 책임보험 표준 모델을 마련했다.

교사 지원도 지역 격차…교육청 5곳은 올해 지원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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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 등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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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교사들에 대한 소송 지원에 한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교사들에 대한 소송비 지원은 각 교육청별로 이뤄지고 있는데, 지역에 따라 지원 건수와 금액에 비교적 큰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교육청 5곳(울산·세종·강원·전남·제주)은 올해 교사 소송비 지원을 한 건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 교육청에서 교사들에 대한 소송이 없어서는 아니다.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고소 건수는 ▷전남교육청 48건 ▷강원교육청 35건 ▷울산교육청 23건 ▷제주교육청 11건 (세종교육청 미제출) 등이다. 특히 세종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2년째 교사 소송 비용을 한 건도 지원하지 않았다.

이밖에 부산교육청의 경우 교사 대상 고소가 83건 이뤄졌지만 이중 9건에 대해, 경남교육청은 47건 중 4건에 대해, 부산교육청은 55건 중 4건에 대해서만 지원했다.

반면 서울교육청은 40건의 고소 중 중 23건을, 경기교육청은 15건 중 16건(한 건에 교사 2명 연루)에 대해 소송비를 지원했다.

지역 교육청이 어느 곳이냐에 따라 지원 금액도 차이가 있다. 교사 피고발 1건에 대한 개별 지원이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경남교육청으로, 고소 4건에 대해 총 3016만원을 지원했다. 1인당 지원 금액은 754만원이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23건에 대해 총 6844만원으로, 1건당 297만원을 지원했다. 두 지역 간 평균 지원 금액의 격차는 457만원이다.

일각에선 교육청 부담이 크다는 호소도 나온다. 일례로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본예산은 전년 대비 9.8%(1조2108억원) 줄어든 11조1119억원으로 확정됐는데, 편성 과정에서 교권보호 관련 예산을 83억원 늘렸다. 반면에 학습용 스마트 기기 ‘디벗’ 등 디지털 환경조성 예산은 1561억원 줄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들의 교부금이 대부분 삭감되는 추세인데 교권 보호뿐 아니라 돌봄 등 교육청이 맡는 역할은 늘어나고 있다”며 “교사 지원을 현장에서 요구하는 만큼 펼치기에 한계가 있다”이라고 털어놨다.

“고등학생을 상담실에 1시간 방임” 고소 남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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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악성민원에 시달리던 교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서이초에 마련된 근조화환.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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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사례들을 들여다보면 현장에서 여전히 교사를 대상으로 한 무리한 고소가 남발하고 있는 현실이 드러난다.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교사 아동학대 관련 수사개시 통보 내역’에 따르면 올해 이뤄진 교사 대상 고소 가운데 종결된 30건 중 20건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중에선 한 유치원의 특수교실 기간제교사가 “교구 정리방법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손으로 자녀의 오른쪽 팔을 잡아 신체적 학대를 했다”며 학부모로부터 고소를 당했으나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사건도 있었다. “고등학생을 1시간가량 상담실에 방치해 ‘방임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해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교사도 있다.

교사들이 교육 활동에 대한 법적 보호를 여전히 체감하지 못한다는 설문 결과도 나왔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서울교육대학교 718교권회복연구센터에 의뢰해 초등학교 교사 8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내가 행한 교육활동이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없음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는 데에 5점 만점 중 4.58점을 매겼다.

강경숙 의원은 “서이초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교권침해로 분쟁이 발생할 시 소송비를 지원해주는 수요가 늘고 있지만, 교육청별로 소송비 지원에 대한 격차도 존재한다”며 “지원 격차 해소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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