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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2 (목)

왜 지역정당을 통해 지역자치를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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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성 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부산자치당 준비위원)]
대한민국은 30년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잇달아 이룬 나라다. 세계에 그 유례가 없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 통치 체제와 좌우 기득권 카르텔로 굳어버린 87년 체제를 극복하려는 포스트 87년 체제운동이 필요한 체제라고 할 수 있다. 35년이 지나 이미 수명을 다하여 낡은 구체제가 되어버린 87년 체제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 통치 체제와 좌우 기득권 카르텔로 굳어버린 87년 체제를 극복하려는 포스트 87년 지역자치 체제운동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제왕적 대통령과 거대양당체제 및 강남좌우파, 그리고 중앙행정권력 카르텔이 지배하는 정치이다. 수도권 서울공화국에 집중된 권력과 엘리트들이 독점한 국가권력을 어떻게 지역 로컬(local)의 시민 또는 주민에게 돌려줄 것인가 하는 것은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다.

분권과 자치를 가로막는 것들

<정의란 무엇인가>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공동체주의 공화주의자 마이클 샌델(M. J. Sandel)의 관점에서 보면, 자치로서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때문에 합리적 분권이 진행되지 않거나 시군구 수준을 너머 읍면동 수준에서의 지방자치가 필요하지만, 자치와 공동체에 대한 지역 주민의 참여 및 역량 약화는 상당한 지방자치의 장애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차원의 권리와 자유만을 강조하는 자유주의 시민성이 강화되고 과두제화된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지역의 주민들이 국회의원들의 말싸움 등에 쓸데없이 신경을 쓰는 것도 장애물들이다. 공동체적·공화주의적 시민성을 가지고 지역 로컬의 현안에 대해서는 관여하거나 참여하지 않는다면 자치는 발전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역자치와 상관없는 사적 영역에서 각자도생하는 신자유주의적 시민성, 중앙권력에 예속된 권위주의적 로컬 신민의 증가는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대안으로 지역 공동체에 대한, 공적인 삶에 대한 시민의 덕성을 제대로 구현할 필요가 있고, 중앙정부가 틀어쥔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여 지역자치를 제대로 구현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서울의 지역정당인 '직접행동 영등포당' 당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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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중심, 기득권 카르텔의 현실

하지만 이런 당위성은 현실과 얼마나 먼가? 1995년 자치단체장 직선시대가 열린 뒤 30년이 되어가지만, 선출직 단체장들은 여전히 살림을 놓고 중앙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물론 다른 나라의 경우도 자치단체장들이 지역인들의 분노와 고통을 어루만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선진국 수준에서 지역을 지배하는 국가· 권위주의적 중앙의 구조가 이처럼 강력한 나라는 지구상에 없는 것 같다.

그런 가운데 좌우파 기득권 권력들은 모두 이제 지역을 배제하고 무시하는 기득권 엘리트 정치를 더욱 강화하는 것 같다. '우파처럼 살며 좌파처럼 생각하는(live right, think left)'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미국에는 '리무진 진보주의', 영국에는 '샴페인 사회주의', 프랑스에는 '캐비어 좌파' 등이 이런 부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학교수의 절대다수는 어느 나라에서나 생활적 우파, 사상적 좌파다. 하지만 이제 엘리트들은 더 이상 민주화 투사가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고소영'뿐만 아니라 강남좌파 역시 엘리트 정치를 하는 이들이다. 특히 우리 정치는 이념이나 가치보다 인물 중심의 엘리트 정치가 강한 편인데, 학맥이나 인맥에 얽힌 줄서기 문화가 횡행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 정치는 좌우를 막론하고 대중과 괴리된 엘리트들만의 쟁투가 되고 있으며, 정치에서 이념보다 엘리트주의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헌법 제1조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조문 아래에서 과두제화된 대의민주제 기득권과 수도권 부동산 기득권에 포획되어 절반의 민주주의로 머물러 있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할 필요가 있다. 시민주도의 시민 헌법 체제 구축을 통해서, 직접·숙의·대의·공화주의가 융합된 제대로 된 진짜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중앙을 성장축으로 해서 지역이 중앙 권력이 내리는 떡고물을 볼모로 하는 후원정치(patronage politics)의 후진성 속에서 탈식민화되는 해방이 필요하다. 중앙에 기획 기능과 주도권이 집중되어 있으니 지역은 자치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지역이 중앙정치에 종속되는 문제점을 타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지역자치를 위해 '지역정당'이 필요하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지역소멸의 위기는 이와 같은 중앙집중의 구조 속에서 배태된 사생아일 뿐이다. 역대 정부에서 지역균형 지방분권 등의 의제를 다루어 왔지만, 우선순위에 밀리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지역에서 느끼는 지역소멸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단순히 인구론적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모든 영역과 연결된 지방 식민화의 상황을 단순히 볼 일이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중앙집중 프레임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의제의 중심에 지역의 회복 문제가 중심에 와야 한다. 또한 87년 개헌 이후 민주화가 진척되었다고 하는 이 순간까지도 오늘날 한국 정치에서 정치 선진화와 자치분권을 가로막고 방해하는 것이 중앙집권적 정당제도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역정당 운동을 통해 지역자치의 길을 찾아야 한다.

직접민주주의와 자치분권에 기초한 지역정당 운동이 기존의 제도를 혁파하고 지역자치의 길을 활성화하는 것이야말로 중앙집권 통치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이 길이야 말로 대의정치에 의한 예속의 고리를 끊어내고,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정치선진화의 길이고, 지역자치 민주주의 기반을 강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최용성 박사는 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부산대 부산교대 경성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자치분권, 직접민주주의를 핵심가치로 하는 부산자치당의 준비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프레시안

▲최용성 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부산자치당 준비위원).



[최용성 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부산자치당 준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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