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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4 (토)

'개식용금지법' 후 첫 초복 보신탕집 한산…"3년 후엔 염소라도 팔아야지"[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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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개식용금지법 통과…처벌 3년 유예

식당 찾은 손님들 "애완견과 식용개는 달라"

업주들 "폐업 지원 아닌 손해배상을 해 줘야"

뉴시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초복인 15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보신탕 골목에서 시민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07.15. k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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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남희 이수정 이태성 기자 = 초복을 맞은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보신탕집. 올해 초 개식용 금지법이 통과된 후 첫 복날을 맞은 '개고기집'은 한산했다. 보신탕집 주인들은 이제 폐업을 해야 할 상황이라며 하소연했고 손님들은 3년 뒤엔 흑염소라도 먹어야지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뉴시스 취재진이 찾은 식당은 테이블 12개 중 2개만 차 있었다.

식당 주인 황모(60)씨는 "이건 식용개니까 애완견과는 다르지 않냐"며 "옛날에는 단체 예약도 많았는데 이제 개를 먹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까 봐 예약을 안 해서 타격이 있다"며 "3년 뒤면 문을 닫아야 하니 참담하다. 단골 분들이 와주니까 그나마 먹고 사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인의 동생 A씨도 "법이 통과돼서 갑갑하다. 우리는 전문적으로 개고기를 다루는 곳인데"라며 "옛날에는 정치인이나 아나운서들도 많이 왔는데 요즘은 잘 안온다"고 전했다.

이어 "10년 전만 해도 이 근처에 보신탕집이 많아서 다 줄 서서 먹었는데 우리밖에 남지 않았다. 예전엔 10팀 정도 왔다면 지금은 3팀 정도밖에 오지 않는다"며 "3년 뒤에 개고기를 아예 못 팔게 되면 염소 고기를 팔든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복날을 맞아 보신탕집을 찾은 손님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이권(70)씨는 "제가 위장염이 있는데 보신탕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며 "여기 종사하는 사람도 많고 애를 키우는 사람들도 있다. 생계가 달린 직업이다. 먹을 사람은 먹고 안 먹을 사람은 안 먹으면 되는데 단속을 하니까 자꾸 범죄자가 생기고 숨어서 팔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병덕(69)씨는 "우리 손자도 개를 키우는데 그 개랑 보신탕용 개는 완전 다른 개지 않냐"며 "옛날부터 어른들이 기운 내려고 먹은 건데 없어지면 안 되지"라고 반문했다.

이모(73)씨는 "3년째 이 식당에 다니지만 개를 못 먹게 하는 것도 세상이 변하는 거지"라며 "3년 뒤 초복에는 흑염소를 먹고 기운내야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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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초복인 15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보신탕 골목에서 시민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07.15. k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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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서울 서대문구의 보신탕집도 테이블 14개 중 8개만 차있었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안부 인사처럼 "가게를 언제까지 하냐"고 질문을 건넸다.

사장 한모(51)씨는 "법이 통과된 뒤에 손님들이 가게가 언제까지 하는지 많이 물어본다"며 "보신탕집이 많이 줄어서 손님 수가 확 줄지는 않았다. 늘 원래 드시던 분들만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방문한 이모(36)씨는 "개나소나 애완견까지 잡아 먹으면 문제가 되는 거지, 식용견으로 허가를 내주고 납품해서 먹게 해줘야지"라며 "개고기는 동의보감에도 사람 몸에 좋다고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어 "3년 뒤에 보신탕을 못 먹으면 염소나 오리고기를 먹어야지"라고 덧붙였다.

점심시간에 맞춰 가게를 찾은 김모(60)씨는 "보신탕은 없어서 못 먹는다. 세 달에 한 번씩은 찾는데 앞으로 없어지면 아쉬울 것 같다"며 "있는 동안이라도 열심히 먹어야지"라고 했다.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한 사철탕집 사장은 "매출이 작년에 비해 30~40% 정도 떨어졌다. 우리는 신고확인증 받고 다 합법적으로 장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사 중이던 제학(69)씨는 "보신탕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 음식이다. 요즘 애들이 우리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보다 몸이 안 좋은데 단백질 영양 보충은 못하고 인스턴트만 먹어서 그런 것"이라며 "기사 좀 써 달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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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초복인 11일 오전 대구 칠성시장 골목 안 보신탕 가게 앞으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2023.07.11. lm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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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을 금지한 뒤 정부 차원의 지원이 미비하다는 호소도 터져나왔다.

서대문구 소재의 또 다른 보신탕집 사장 B씨는 "정부에 신고를 안 하면 지원도 못 받는다고 하는데, 지원이 아니라 보상을 해 줘야지. 자연적으로 소멸할 업종인데"라며 "우리는 서민 중에 서민인데 어디 가서 뭘 얘기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3년이 넉넉한 시한인 것처럼 인심을 쓰지만 1년 안에 (장사가) 끝날지 더 갈지 모르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폐업할 것"이라고 했다.

서대문구 보신탕집에서 20년간 근무한 종업원은 "점심에 자리가 꽉 차야 하는데 나라에서 하도 찔러대서"라며 "이 근처에 개고기 식당이 열 몇 개가 있었는데 다 문 닫았다. 나라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곳을 찾은 김경원46)씨는 "2주에 한 번씩은 와서 먹는다. 이 동네에 개를 파는 곳은 이제 여기밖에 없다"며 "3년 뒤에 금지되면 염소탕이라도 먹어야지"라고 말끝을 줄였다.

지난 1월 국회에서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개식용 금지법이 통과됐다.

다음 달 7일부터 법이 시행되면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처벌은 2027년 2월7일까지 3년간 유예된다. 정부는 식용견 농장과 개고기 식당 등에서 '종식 이행 계획서'를 제출 받은 후 철거와 전업, 운영자금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점포철거비 최대 250만원, 전직장려수당 최대 2000만원 등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crystal@newsis.com, victor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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