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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스스로 지정한 ‘인도주의 구역’ 공습…주민 91명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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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팔레스타인 아이가 13일(현지시각) 가자 알마와시에서 아버지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뒤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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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 하마스의 핵심 지휘관을 제거하겠다며 자신들이 피란 가능 지역으로 지정한 ‘인도주의 구역’을 공습해 팔레스타인 민간인만 90명 넘게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13일(현지시각) 오전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모여있는 칸 유니스 서쪽 해안의 ‘인도주의 구역’ 알마와시 등을 기습적으로 공습했다. 가자 시티에서 이 지역에 피란 와 머무는 한 주민은 “내가 있던 임시 천막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산산조각이 났고, 여기저기 폭격으로 숨진 시신들이 나뒹굴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난민촌 위로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영상이 돌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알마와시에서 적어도 91명의 주민이 숨졌고, 300명이 다쳤다”며 “최근 몇 주 만에 가장 많은 인명피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남부의 나세르 병원 관계자들은 이날 공습 이후 밀려들어온 시신과 부상자로 병원이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이번에 공습한 알마와시는 이스라엘군 스스로 설정한 인도주의 구역이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남부 중심 도시 칸 유니스 등에 소개령을 내리면서 주민들에게 알마와시로 대피할 것을 요구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핵심 군 지휘관인 무하마드 데이프와 라파 살라마의 제거를 노린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프는 하마스의 알 카심 여단 지휘관으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작전을 기획한 핵심 인사라는 게 이스라엘의 주장이다. 또 살라마는 하마스의 칸 유니스 여단 지휘관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번 공습에 이스라엘군이 ‘벙커버스터’ 등 대형 폭탄 5기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벙커버스터는 지하에 숨은 적을 공격하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도록 설계된 폭탄이다.



그러나 막대한 민간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군의 뜻대로 성공했는지는 불투명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습 뒤 기자회견에서 데이프와 살라마가 제거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하마스 지도부를 잡기 위한 군사 작전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데이프와 살라마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에도 무사하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데이프와 살라마를 제거하기 위한 군사작전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이번 공격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사상자 발생과 관련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고위 지도자를 잡기 위한 작전에 나선다는 통보를 미리 받았다며 민간인 희생과 관련해 더 알아보기 위해 이스라엘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전 협상 중재국 이집트는 성명을 내어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공격은 평화와 휴전을 위한 노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1200명을 살해하고 250명을 볼모로 끌고 갔으며,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를 침략해 팔레스타인인 3만8천명을 살해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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