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6차례 암살표적됐지만 살아남아…"유령 별명 최우선 제거대상"
같은 장소 하루 이상 안 머물러 '손님'이란 가명으로 불려
칸유니스의 폭격 현장을 살피는 주민들 |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밀집한 가자지구 남부 '안전지대'를 폭격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이번 작전의 목표였다는 하마스 지휘관 무함마드 데이프(59)가 누구인지가 주목받고 있다.
하마스의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의 최고 사령관으로,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당시 공격 배후로 지목되는 인물 중 하나다. 정확한 실체가 베일에 갈려져 '유령 사령관'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려왔다.
13일(현지시간) AP 통신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데이프는 이미 30여년전부터 이스라엘의 제거대상 목록에 이름을 올려왔다.
1965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한 난민촌에서 태어난 그는 1987년 비타협적 무장투쟁 노선을 내세우며 하마스가 창설된 직후 이 조직에 가담했다.
1989년 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의 대이스라엘 봉기) 당시 이스라엘에 체포됐지만 이후 풀려났고, 1991년 하마스의 군사조직 '이즈 앗딘 알카삼 여단'을 창설하는데 관여했다.
그런 그는 2002년 이스라엘에 암살된 전임자를 대신해 알카삼 여단의 수장으로 올라섰고, 이후 20년이 넘도록 이 조직을 이끌며 이스라엘을 겨냥한 무장투쟁을 이어왔다.
데이프는 가자지구 지하에 총연장 500㎞의 거대한 땅굴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관여했고, 이스라엘군 병사를 납치해 인질극을 벌이거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여러 건의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켜 2015년 미국의 '국제테러범' 명단에 등재됐다.
이스라엘은 그런 그를 제거하려고 과거 6차례에 걸쳐 기습폭격 등을 감행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무함마드 데이프 |
일부 현지언론은 2000년대초 참모장으로 알카삼 여단을 이끌게 된 직후 이스라엘이 가한 폭격으로 데이프가 한쪽 눈과 다리를 잃고 휠체어에 의존해 왔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위장일 뿐 실제로는 거동에 큰 문제가 없다는 보도 역시 나온다.
데이프는 암살을 피하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하루 이상 머물지 않고 사진 등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거의 남기지 않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본명인 '무함마드 디압 알마스리' 대신 아랍어로 손님 혹은 투숙객이란 의미를 지닌 '데이프'(deif)란 가명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4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데이프의 아내와 생후 7개월 된 아들이 숨지면서 양측간의 증오는 더욱 깊어졌고, 이후 수년간 대외활동을 하지 않던 데이프는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겨냥한 대규모 기습공격인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선언했다.
유대교 안식일을 맞아 방비가 취약해진 틈을 타 분리장벽 너머 이스라엘 본토로 진입한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약 1천200명의 민간인과 외국인, 군인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납치해 가자지구로 돌아갔고, 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면전으로 이어졌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카림 칸 검사장은 올해 5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과 함께 데이프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그런 데이프를 사살하는데 성공한다면 이스라엘 입장에선 9개월 넘게 이어진 이번 전쟁에서 낸 최대의 성과가 된다.
폭격 소리에 놀라 달아나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 |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칼리드 엘긴디 수석 연구원은 "이스라엘에게는 지난 9개월간 필사적으로 찾아왔던 승리의 서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벙커버스터' 등 대형 폭탄을 사용해 대량의 인명피해를 내고서도 데이프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데이프 등 작전 목표가 사망했는지 여부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일부 매체는 데이프가 이날 폭격에 중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2인자인 칼릴 알하이야는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데이프가 생존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네타냐후에게 말하려는 건 무함마드 데이프가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말을 들으면서 당신의 거짓말을 조롱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13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서쪽 해안 '인도주의 구역'을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최소 90명이 숨지고 3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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