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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 (일)

이슈 로봇이 온다

건물·사람·주변 상황 인식 거리 활보… "배달 중입니다, 지나가겠습니다" [S스토리-성큼 다가온 로봇 배송·배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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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 개정으로 활동 범위 넓어져

식당 등서 서빙하던 로봇들 밖으로

반찬·커피·우편물 등 심부름 나서

택배사들도 ‘로봇 배송’ 실증 박차

실외이동 ‘운행안전인증’ 업체 늘어

장벽 많지만 다양한 활용 기대감도

전문·개인 서비스용 로봇 매출 1조원

전문서비스용 로봇 수출도 증가 추세

로봇 기업 중 中企 98.4% 달해 ‘숙제’

“뉴비, 지나가겠습니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리더스원 단지. 바퀴 달린 네모난 배송로봇 한 대가 배달을 마치고 단지 입구 대기장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대기장소에 총 4대가 모였다. 이 로봇들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기업 뉴빌리티와 협업해 시범 운영 중인 실외 로봇 배송 서비스 ‘딜리픽미’ 요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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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래미안리더스원 단지 입구에서 대기 중인 ‘딜리픽미’ 로봇들. 이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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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로봇 ‘뉴비’가 사용된다. 뉴비는 최대 25㎏의 짐을 운반할 수 있고, 카메라를 사용해 건물과 사람, 주변 상황 등을 인식해 장애물을 피해서 간다. 뉴빌리티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도 지난 1월 취득했다. 주민이 딜리픽미 서비스에 참여하는 커피, 떡볶이, 반찬 등 인근 상점 중에서 골라 주문하면 로봇이 상점으로 이동한다. 상점에서 물건을 로봇에 넣고 배송 시작을 입력하면 로봇이 이동한다. 건물 진입은 못 하고 물건을 아파트 1층에서만 받을 수 있다.

한 딜리픽미 참여 상점 관계자는 “이용은 아직 하루 한두 건 정도 있다”며 “배달기사보다는 아직 낯선 느낌”이라고 말했다.

식당이나 건물 로비 등 한정적인 공간에서 서빙·안내하던 로봇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인도를 따라 이동하다, 횡단보도를 건넌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각 층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택배 배달도 시도되고 있다. 로봇을 활용한 배달·배송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로봇이 커피·반찬·택배 심부름

11일 업계에 따르면 곳곳에서 로봇이 ‘심부름’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누디트 서울숲’에서는 로봇 배송 서비스 ‘브링’이 운영 중이다. 로봇이 건물 내부를 다니며 커피와 우편물을 전달한다. LG전자 ‘클로이 서브봇’과 카카오모빌리티가 손을 잡았다.

기자가 1층에서 대기하던 클로이를 지켜보던 중 ‘디리링’ 소리와 함께 클로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5층 카페로 커피와 빵 배달 주문이 들어온 것이었다. 따라가 보니 클로이는 엘리베이터 앞으로 이동했다.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엘리베이터가 내려왔다. 통신 모듈을 통해 클로이와 엘리베이터와 교신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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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립니다” 등 음성으로 주변에 이동을 알렸다.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클로이를 쳐다봤다. 5층에 도착하자 기다리던 카페 직원이 주문 음식을 담았다. 클로이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내려간 뒤 20m가량 떨어진 사무동용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사라졌다.

누디트 서울숲 인근 ‘팩토리얼 성수’에도 로봇이 돌아다닌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실내 배송로봇 ‘달이 딜리버리’다. 엘리베이터나 출입문 관제 시스템과 연동해 건물 안을 자연스럽게 다니며 입주인이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신청한 음식을 배달한다.

택배사들도 로봇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기아와 CJ대한통운은 올해 3월과 4월 로봇개 ‘스폿’을 활용한 로봇 배송 서비스 1·2차 실증을 진행했다. 4족 보행 로봇 스폿을 택배 현장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한 것이었다. 스폿은 사람이나 장애물을 감지하면 스스로 피하고 가파른 계단이나 불규칙한 길이 나오더라도 지형에 맞춰서 이동한다. 적재 무게는 14㎏이다.

택배차량 짐칸으로 스폿이 올라가면 택배기사가 등에 짐을 싣는다. 스폿은 트럭에서 안전하게 내려와 지정된 주소로 이동한다. 현관 앞에 도착하면 고개를 숙여 짐을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자율주행 로봇 ‘개미’를 활용해 현관문 앞까지 택배를 배송하는 실증을 하고 있다. 개미는 최대 40㎏까지 실을 수 있는 바퀴형 로봇이다. 개미 제작사인 로보티즈도 지난달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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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와 CJ대한통운은 로봇개 ‘스폿’을 활용한 로봇 택배 실증시범사업을 진행했다. CJ대한통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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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 커지는 서비스로봇 시장

최근 로봇의 확산은 규제 완화와 기술 발전이 기반이 됐다. 인공지능(AI)과 딥러닝 등 기술을 탑재하면서 로봇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스스로 주행 중 장애물을 피하고, 실시간 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경로를 찾는다.

지난해 말 도로교통법과 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들 로봇의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로봇 무게나 이동속도 등 기준을 충족하고, 운행안전인증을 받으면 일반 보도 통행이 가능하다. 현재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은 5개 업체, 6개 로봇이 받았다.

지난해 말 택배서비스사업과 배달업의 운송수단에 드론과 로봇을 추가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시행은 공포 1년 후인 올해 12월2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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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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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서비스로봇을 통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마일’에서 활용을 고심하고 있다. 업무를 효율화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키츠앤드마키츠는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서비스로봇 시장이 2021년 372억달러(약 51조원)에서 2026년 1033억달러(약 14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조금 더 발전하면 가게에서 인도 주행을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앞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서비스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라며 “배송·배달의 속도와 정확도 등 개선 과제들은 있다”고 전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로봇 운영비 등 경제성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등 아직은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며 “계단이 많은 언덕길이나 도서 산간 등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로봇을 활용한 택배 배송을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비스용 로봇 산업 확장… 업체 수·매출·생산액 ‘쑥쑥’

전문·개인 서비스용 로봇 산업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체 수나 매출액, 생산액이 늘고 있다.

18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2023년 12월 발표한 ‘로봇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로봇사업체 수는 2509개다. 전년도 2500개보다 9개 증가했다.

로봇산업 종사자 수는 2021년 3만1387명에서 2022년 3만3490명으로 6.7% 증가했다. 기술직(생산)이 41.6%, 연구개발 28.7%, 사무직 17.8% 등으로 구성됐다.

총 매출액은 5조8933억원으로 전년(5조6083억원) 대비 5.1% 늘었다. 같은 기간 생산액은 5조1609억원에서 5조5265억원으로 7.1% 상승했다. 출하액은 5조8637억원으로, 내수가 4조6389억원, 수출이 1조2248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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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로 보면 로봇 부품 및 소프트웨어 기업이 1420개로 가장 많다. 제조업용 로봇은 568개, 전문서비스용 로봇 360개, 개인서비스용 로봇 161개다. 전문서비스용 로봇은 의료용, 군사용 로봇 등을 말한다. 배달로봇은 기타 전문서비스용 로봇으로 분류된다. 개인서비스용 로봇은 가사용이나 교육용 로봇 등을 말한다.

사업체 수가 전년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는 전문서비스용 로봇으로, 증가율은 1.5%였다.

매출과 생산규모는 전문서비스용 로봇과 개인서비스용 로봇을 합쳐 약 1조원 수준이다. 매출액은 전문서비스용 로봇 5417억원, 개인서비스용 로봇 4406억원이다. 생산규모는 전문서비스용 로봇 5081억원, 개인서비스용 로봇 4144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개인서비스용 로봇이 10.6%로 가장 컸다. 이어 전문서비스용 로봇 6.4%, 로봇 부품 및 소프트웨어 6%, 제조업용 로봇 3.5% 순이었다. 전년 대비 생산 증가율은 전문서비스용 로봇이 13.5%로 가장 높았다.

전문서비스용 로봇의 수출도 최근 증가세다. 수출액은 2020년 348억7900만원에서 2021년 353억600만원, 2022년 435억1600만원으로 커졌다.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증가율은 23.3%에 이른다. 의료용 로봇(60.8%)과 기타 전문서비스용 로봇(32%) 수출이 대부분이다. 주로 미국과 중국으로 수출했다.

로봇 기업들의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은 과제다. 중소기업이 98.4%로 대부분이다. 대기업은 일부 제조업용 로봇 분야에 진출했다. 전체 기업 중 18.5%(450개사)만이 연구개발 실적을 보유하고 있었고, 지식재산권이 있는 사업체는 36.6%였다. 설비투자 경험이 있는 업체는 15.3%에 그쳤고, 외부 투자 유치 실적이 있는 기업은 2.6%뿐이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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