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의료원이 진료 축소에 들어간 12일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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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수련병원들이 미복귀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시점을 정부 의견인 ‘6월4일 이후’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 요구를 반영해 2월 말을 기준으로 사직서를 수리할 경우 전공의들과 법적 분쟁이 생길 수 있으며, 전공의들이 이른 복귀를 선택할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려대병원 등은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시점을 6월 이후로 두고 논의 중이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직 날짜를 6월4일 또는 7월15일로 결정하는 안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정부는 전공의 수련 특례 적용 등 전공의 복귀책을 발표하면서 병원들에 7월15일까지 전공의들의 복귀·사직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통보했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가 사직을 택할 경우 사직서 수리 시점은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 행정명령을 철회한 6월4일 이후가 돼야 한다고 안내했다.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전공의 복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논의 끝에 ‘2월29일 자’로 사직서를 수리하겠다고 보건복지부에 알렸다. 전공의들은 본인들이 2월19~20일 사이 의료현장을 떠났으니 사직도 같은 달을 기준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월 말 기준으로 사직서가 수리되면, 재수련을 하기 위해 복귀할 수 있는 시기도 앞당겨진다.
그러던 수련병원들의 입장이 바뀐 것은 2월29일 자로 사직서를 수리할 경우 높아지는 법적 리스크 때문이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있던 기간에 부당하게 다른 일을 하지 못했다면서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할 가능성이 있는데, 법적 자문을 구해보니 2월 말로 사직서를 처리할 경우 병원 측의 법적 리스크가 커지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2월 말 기준 사직서를 수리해준다고 하더라도 9월이 아니라 3월에 복귀하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파악돼, 6월4일 이후로 사직서를 수리하자고 논의가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고 ‘유화책’을 거듭 내놓고 있으나, 전공의 복귀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가 지난 8일에 수련 특례 적용 등 각종 유화책을 추가로 내놓은 이후에도 전공의 복귀율은 제자리 걸음이다. 11일 기준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8.0%로, 1만3756명의 전공의 중 1094명만이 근무를 하고 있다.
복귀 전공의들을 견제하려는 ‘블랙리스트’도 여전히 돌고 있다. 이날 의료계 등에 따르면 ‘감사한 의사-의대생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채팅방이 지난 7일 만들어졌다. 이 채팅방에는 복귀 의대생·전공의들의 학교와 병원, 진료과 등 개인 정보가 올라왔다. 제목은 ‘감사한’이라고 돼 있으나, 사실상 복귀 전공의들을 비난하기 위한 의도에서 만들어진 채팅방이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의사 커뮤니티에 이같은 ‘블랙리스트’가 올라온 것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대학병원 교수들도 ‘소극적’ 휴진을 이어가며 의대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에 이어 고려대학교 의료원도 의대 정원 증원과 전공의 사직 처리 등에 반발해 12일부터 진료 축소에 들어갔다. 응급·중증 환자를 제외한 일반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교수 개인이 자발적 진료 조정 방식으로 휴진을 실시하기로 했다. 고대의료원 관계자는 “휴진에 참여한 교수가 거의 없다”며 “사실상 정상 진료 중이라 환자들 불편 사항 접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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