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손잡았던 극좌 세력 ‘토사구팽’
비교적 온건한 사회당, 녹색당에 구애
과반석 확보해 내각 구성 후 총리지명 노려
극좌 LFI “마크롱 패배 부정, 민주적 쿠테타”
르펜 “승리 기여 극좌 저지 제안...비열한 서커스”
비교적 온건한 사회당, 녹색당에 구애
과반석 확보해 내각 구성 후 총리지명 노려
극좌 LFI “마크롱 패배 부정, 민주적 쿠테타”
르펜 “승리 기여 극좌 저지 제안...비열한 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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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 연합 정당을 만들 수 있는 ‘126석’을 추가 확보하라.”
의회 해산 후 ‘조기 총선’ 베팅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두 번째 도박에 나서면서 프랑스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극우정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잠시 손잡았던 극좌 세력과 척을 지고, 다른 정당들을 포섭해 ‘중도 내각’을 구성한다는 것이 마크롱 대통령의 구상이다. 총 577석의 과반인 289석을 채우려면, 다른 당과 연합해 126석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총선 결선 이후 사흘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프랑스 국민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1차 투표에서는 극우파가 1위에 올랐지만, 여러분은 극우파가 정부에 들어가는 걸 분명히 거부했다”라며 “결과적으로 아무도 승리하지 못했다. 어떤 정치세력도 충분한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는 총선 결선에서 1위를 차지한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승리를 주장하며 정부 구성권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토사구팽당할 처지인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는 이번 선거에서 극우 세력들의 당선을 막기 위해 가장 많은 후보자들이 2차 선거에서 물러났던 곳이다. 이날 마크롱 발언에 분노한 장 뤽 멜랑숑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속임수로 다른 연합을 형성하려고 시간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마농 오브리 유럽 의회 의원도 엑스에서 “대통령은 자신의 패배를 부정하고 있으며, 이는 민주적 쿠데타”라고 맹비난했다.
NFP 소속 사회당 올리비에 포르 대표도 프랑스2 방송에서 “대통령은 좌파 진영에서 총리를 임명해 공화주의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중도와 좌파가 손잡으면서 총선 3위로 밀려난 극우 국민연합(RN)은 마크롱의 승부수를 ‘서커스’라고 꼬집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극우와 극좌 양극단을 제외한 ‘공화당 세력’의 광범위한 연정을 촉구했다. 자신의 정치 기반인 중도 세력을 중심으로 새판짜기에 나서 정국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NFT는 정년을 64세로 올린 마크롱의 인기 없는 연금 개혁을 폐지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며, 부유세를 다시 신설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처럼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과 완전히 상충하는 NFT와 권력을 공유하는 것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피하기를 원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의지가 서한에 반영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여당인 르네상스당 내부에서도 극좌와 손잡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중도우파 성향의 의원들은 NFP 주도의 정부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LFI 소속 의원들이 참여하는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조기 총선을 선언한 후에도 극좌 세력의 반유대주의와 파벌주의가 사실상 공화국의 가치와 단절돼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마크롱은 45석을 차지한 우파 공화당과 손을 잡는 동시에, NFP가 차기 총리 후보 선출에 실패하면서 갈라져 65석의 사회당과 33석의 녹색당이 갈라져 나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서한에서 “사회주의자와 녹색주의자부터 기성 보수주의자, 마크롱의 친기업적인 계층이 이제 ‘공화당 세력’으로 뭉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며 “이후 총리를 지명할 것이며, 이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상 대통령은 총리를 지명하며, 의회에서 과반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총리 지명에 걸리는 시간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원집정제의 프랑스는 의원내각제인 이탈리아나 네덜란드와 달리 연립정부 구성에 오랜 시간이 걸린 적이 없다. 지난 20여 년 동안 선거에서 명백한 다수당이 존재했고, 대통령과 같은 정치 진영에서 정부가 구성돼왔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교착 상황은 프랑스에서 거의 미지의 영역이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NFP 내부에서 차기 총선 후보 선출을 놓고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것도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NFT는 후보 결정을 오는 13일로 미뤘다.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승부수 직후 불과 한 달 전에 급하게 구성된 NFP는 극좌파인 LFI와 공산당, 그보다 온건한 사회당과 녹생당의 이질적인 집단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마크롱이 원하는 데로 공화당, 사회당, 녹색당 의석을 대부분 흡수할 경우 ‘공화당 세력’은 과반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NFP는 총선 결선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의석수는 과반 의석인 289석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182석에 불과하다. 반면 마크롱의 앙상블 의석수는 168석으로 NFP보다 불과 14석 더 적다. 앙상블에 포함되지 않은 중도정당의 6석도 포섭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극좌 LFI와 공화당이 속한 NFP는 추가 세력 확장이 거의 불가능해 중도 앙상블의 협력 없이는 총리 선출이 불가능한 반면, ‘공화당 세력’은 중도 좌파와 우파를 포섭하는 것이 가능한 것도 마크롱에게 유리한 지점이다.
총리 인선과 정부 구성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18일 처음 소집될 국회가 향후 정국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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