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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DC 나토 정상회의서 만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이 10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는다며 강력히 비난하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첫 공개 비판입니다.
중러의 군사적 밀착을 중대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5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방위산업에 대한 중국의 지원이 유럽의 서방 동맹국에 심각한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중국에 대해 전례없는 강경 메시지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미국 주도의 나토도 이러한 대중 고강도 대응 전선에 가세한 셈입니다.
나토 32개 회원국 정상은 이날 창립 75주년을 맞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고 있는 정상회의에서 백악관 만찬 참석 직전 이러한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십 년 동안 중국을 멀리 떨어진 위협으로 여겨온 나토가 중국이 러시아의 '결정적 조력자'(decisive enabler)가 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러시아 군대 재건에 중요한 '무기 부품'과 기타 기술의 수출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NYT는 이어 "2019년까지 공식적으로 중국을 우려 대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고, 이후에도 무미건조하게만 중국을 언급해온 나토로서는 주요한 출발점"이라며 "이제 나토는 처음으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군사 지원에 대한 미국의 비난에 동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날 보도에서 "나토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이 아시아뿐 아니라 러시아를 지원함으로써 유럽 안보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는 미국과 동맹국 간의 공감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습니다.
앞서 G7은 이탈리아에서 열린 정상회의 기간인 지난달 14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지원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유지를 가능케 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러시아 방위 산업에 사용되는 물자를 계속 이전하면 더 많은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습니다.
다수의 유럽 지도자, 특히 중국을 고급 승용차와 사치품의 주요 시장으로 여긴 독일 같은 나라는 1년 전만 해도 중국에 대항하는 걸 주저해왔습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직전인 2022년 초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러 정상회담에서 '제한 없는 파트너십'에 합의한데 대해 평가절하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조차 지난해 3월 중러 협력에 대해 "크게 과장된 것 같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의 이러한 시각은 크게 바뀌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중국이 완전한 무기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결함이 있고 구식의 장비를 대량 생산해온 러시아 방위 산업을 재건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칩, 고급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해왔고 바이든 행정부는 이에 대한 증거를 나토 회원국들에 제공했습니다.
미 재무부는 경제 제재 명령에서 러시아에 기술을 제공한 중국 방산 기업과 제조업체의 이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팔 욘슨 스웨덴 국방장관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동맹국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국방 분야에서 깊이 협력하는 것을 지적한다"며 "합동 군사훈련을 늘리고 있고 중국이 이중용도 장비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이는 큰 우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암묵적 위협도 담겨 있습니다.
그 대가가 무엇인지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첫번째 단계는 중국을 글로벌 시장 일부에서 배제하는 경제 제재가 될 것이라고 NYT는 짚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이 지원을 계속하면 유럽 전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며, 미국은 유럽 동맹과 협력해 지원에 관련된 중국 단체에 대한 제재를 계속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나토의 공동성명에 대해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중국 주(駐) 유럽연합(EU) 대표단은 입장문에서 "냉전적 사고방식과 호전적 언사로 가득하고 중국 관련 내용은 도발·거짓말·선동·먹칠로 가득 차 있다"며 "러시아와의 '정상적 무역 교류'를 방해하지 말라"고 맞받았습니다.
중국 대표단은 또 "지금껏 충돌 중인 어떤 한 당사자에게도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고, 줄곧 민수용 드론 수출을 포함해 군용·민수용 이중용도 품목을 엄격히 통제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표언구 기자 eungo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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