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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심각하게 뒤처져" 지워도 불쑥…50년 넘은 식당도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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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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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에 위치한 경양식당 전경


"개업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인터넷에 의도적으로 안 좋은 글들이 불쑥불쑥 올라올 땐 장사하기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천 중구에서 경양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온라인에서 자신의 식당 정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비방에 가까운 악의적인 평가가 사실처럼 올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참여형 백과사전 형식으로 운영되는 이 사이트에는 이 식당에 대해 "주방장이 바뀐 뒤 심각할 정도로 퇴보하였고 가격이 올랐다"며 "심지어 손님이 안 온다는 이유로 대낮에 아예 문까지 닫았다. 하루에 25인분밖에 팔지 않고 가격도 1만 8천 원이라는 비싼 가격이다"라고 기술됐습니다.

A 씨는 오늘(11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2015년부터 제가 주방장 역할도 하며 식당을 운영했는데 이제서야 주방장이 바뀌어 퇴보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또 "맛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25인분의 돈가스만 팔기 때문에 재료 소진으로 일찍 문을 닫은 적은 있어도 손님이 없어서 문을 닫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A 씨는 "소스와 고기 두께 등 어머니 레시피를 전수받아 최상의 음식을 손님들에게 드린다는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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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양식당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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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백과사전 사이트에 항의해 해당 글을 삭제토록 한 A 씨는 "누군가 반복해서 악의적인 글을 올리는 것 같아 경찰에 작성자를 고소했다"고 말했습니다.

1968년에 문을 연 이 경양식 레스토랑은 중장년층의 인천시민이라면 한 번쯤 가봤을 만한 유명한 노포입니다.

중국집 짜장면이 졸업식 날 단골 메뉴로 선택받던 시절, 따뜻한 수프와 향긋한 빵을 곁들인 돈가스는 그야말로 최고급 식사였습니다.

개화기에 서양식 풀코스 요리를 간략화한 경양식집이 개항 이후 인천에 가장 먼저 생기다 보니 인천시민들은 돈가스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허름한 건물 외관만 봐도 그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이 식당은 MZ세대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젊은 층의 손님들은 부모님의 '소울푸드'를 맛보고 SNS에 후기를 남기며 레트로 정취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A 씨는 좋은 평가를 해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도 익명의 온라인 댓글이 악용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A 씨는 "더 유명해지는 것도 부담돼 맛집 프로그램 출연을 사양하고 블로그 홍보도 안 하고 있는데 근거 없는 악플에 가슴이 아플 때가 많다"며 "추억을 되새기며 찾는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성심껏 요리를 만들어 식탁 위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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