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위해 ‘배달기사’ 콘셉트…목표는 오직 하나 웃음이었죠”
지난 5일 올스타전에서 배달기사로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롯데 황성빈.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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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못할 때 따라붙던 별명
배달하는 분들 비하하는 은어
들을 때마다 솔직히 마음 불편
내가 재밌게 풀 기회라 생각”
롯데 황성빈(27)은 지난 5일 열린 올스타전에서 팬들에게 가장 큰 웃음을 안겨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받았다.
SSG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올스타가 된 황성빈은 오로지 ‘웃음’을 목표로 이번 올스타전을 준비했다.
황성빈의 선택은 배달기사였다. 그는 ‘배달의 마황’이라고 적힌 헬멧을 쓰고 등장해 배달기사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1루에서는 한때 논란을 빚었던 ‘투수 도발 동작’을 선보여 큰 웃음을 끌어냈다.
준비 과정에는 여러 사람의 노력이 들어갔다. 해당 배달 앱 업체 의상, 철가방은 물론 오토바이도 빌려왔다. 해당 업체는 황성빈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잉하며 ‘소식 듣고 왔습니다. 연락드릴게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배달기사를 택한 것일까.
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황성빈은 “내가 야구를 잘 못할 때 따라다니던 별명 중 하나가 배달하시는 분들을 비하하는 은어였다”며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올스타전에서 배달기사를 선택한 건 ‘풍자’를 위해서였다. 황성빈은 “다 같이 즐기는 무대에서 그런 콘셉트로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재밌게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단 홍보팀에서 의상을 빌리는 등 워낙 많이 도와줘서 더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상금이 나오면 보답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웃지 않으면 야구장에서 뛰어 도망칠 것 같다”던 황성빈이 ‘됐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그는 “타석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긴장을 많이 해서 잘 몰랐다. 그런데 1루에 출루해서 NC 투수 김영규를 상대로 ‘도발’ 동작을 했을 때 ‘됐다’ 싶더라”라고 말했다.
황성빈은 지난 3월26일 KIA전에서 화제의 중심이 됐다. 1루에 출루한 황성빈이 KIA 선발 양현종을 바라보면서 뛸까 말까 하는 동작을 반복하며 도발했다.
양현종이 인상을 썼고, 팬들 사이에서도 ‘심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다음날 김태형 롯데 감독은 해당 동작을 금지시켰고 황성빈도 이후 하지 않았다. 논란이 됐던 동작을 올스타전에서 ‘재미’로 승화시켰다.
황성빈은 “저는 그 장면이 전반기 최고의 ‘밈’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사자만 욕 먹은 챌린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재미있게 풀어냈고 팬분들이 웃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영규의 SNS에는 ‘도와줘서 고마웠다’는 내용을 남겼다. 김영규 역시 “형 덕분에 너무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올스타전 막판에는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인 SSG 신인 박지환 때문에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놓칠까봐 긴장도 했다. 황성빈은 “내가 지환이 나이일 때 대학교에서 방졸로 빨래를 하고 있었다”면서 “그 나이 때 그렇게 하다니 후배로서 멋있더라”며 웃었다.
모두가 즐긴 축제는 끝났다. 황성빈도 팬들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황성빈은 “즐긴 시간은 잊고 다시 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야구 선수로서의 진지한 모습을 다잡았다.
인천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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