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리보 주 관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비공식 회담을 갖고 서로 껴안으며 인사하는 모습이다.2024.07.08 /AFPBBNews=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전쟁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평화는 대화와 외교를 통해 추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든, 테러든 인류애를 믿는 사람이라면 인명 피해가 있을 때 고통스러워한다"며 "무고한 아이들이 죽임을 당할 때 심장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고통이 든다"고 밝혔다. 전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어린이 병원 등을 공격해 최소 41명의 사망자와 2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모디 총리가 양국 간 파트너십 심화를 위한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난하기 위해 감성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며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우방으로 여기는 외국 정상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정면 비판받은 적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모디 총리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모디 총리에게 "평화적인 방법으로 우크라이나 분쟁을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과 관심에 감사하다"고 담담하게 반응했다.
전쟁에 대한 발언이 오가긴 했지만 양국의 협력 관계는 깊어지고 있다.
━
러-인도, 경제 협력 늘린다…2030년까지 교역 1000달러 규모로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 중 악수를 하고 있다. 2024.07.10 /AFPBBNews=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양국 정상은 약 5시간에 걸친 회담에서 에너지, 경제 협력 발전을 논의했다. 인도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한 이후 서방 제재로 에너지 수출길이 막히자 저가로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이는 주요 수입국이 됐다. 로이터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인도는 2022년 이전까지 이라크로부터 가장 많이 석유를 공급받았으나 이제 러시아산이 가장 많다.
푸틴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2030년까지 양국 교역을 현재 650억달러(약 90조640억원)에서 1000억달러(약 138조5600억원) 규모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양국 무역장벽 철폐,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과 인도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원자력, 정유 및 석유화학, 에너지 인프라, 기술 및 장비 분야 등에서 협력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아울러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 양자 결제 시스템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날 모디 총리에게 300년 전 표트르 대제가 제정한 러시아 최고 영예인 성 안드레이 페르보즈반니 사도 훈장을 수여했다. 이는 2019년 모디 총리에게 이 훈장을 수여하는 법령에 서명한 지 5년 만으로, 모디 총리는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네 번째로 받은 외국 정상이 됐다.
━
푸틴 "모디는 가장 가장 친한 친구"…직접 골프카트 몰고 관저 소개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소재 관저를 찾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골프카트에 태운 뒤 이를 직접 운전하며 관저 곳곳을 보여주고 있다. 2024.07.08. /로이터=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모디 총리가 이번에 러시아를 찾은 건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참석 이후 처음이다. 이는 지난달 3선에 성공한 모디 총리의 첫 해외 순방이기도 하다. 모디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을 위해 전날 모스크바에 도착해 이틀간의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전날 모스크바 외곽의 대통령 관저로 모디 총리를 초대해 직접 골프 카트를 운전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미소를 띤 푸틴 대통령이 모디 총리에게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부르며 "그를 만나서 기쁘다"고 말하는 영상은 현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모디 총리와 푸틴 대통령이 포옹하는 사진을 공유하면서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모스크바에서 세계에서 가장 피비린내 나는 범죄자를 껴안는 것을 보는 것은 평화 노력에 엄청난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
'마이웨이 외교' 인도…나토 회의 열려도 '아랑곳'
━
쿼드장관회의 /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인도는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일본·호주 포함) 회원으로 중국 견제에 동참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인도는 '브릭스(BRICS, 신흥 경제 5개국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약칭. 현재는 10개국)'에도 참여한다. 중국과 대립하는 미국은 인도와의 관계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인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마이웨이' 외교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이번 모디 총리의 러시아 방문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전날 인도와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에서는 9~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이 진행돼 소속 서방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와 관련해 비나이 콰트라 인도 외무 장관은 "이번 러시아 방문은 일정상 우선순위일 뿐"이라며 나토 정상회의와 모디 총리의 방러 사이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