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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이 못 사는 당신… SNS 알고리즘에 끌려다니진 않나요?”[기고/김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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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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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온종일 스마트폰을 붙잡고 소셜미디어의 콘텐츠를 보면서 잠들기 전까지도 침대 옆 충전기에 스마트폰을 꽂아 놓고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짧은 영상을 본다. 자기 전 10분만 하려 했던 소셜미디어 시청이 어느새 한 시간이 되는 건 매일 반복되는 일이다. 분명 재미를 위해 켠 스마트폰이지만 내가 명확히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찾아 나서기보단 알고리즘에 의해 쉴 새 없이 추천되는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고, 그렇게 한참을 스크롤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끔은 알고리즘이 자동 추천해 준 콘텐츠가 내 생각과 기분을 좌우하게 되기까지 한다.

2022년 소셜미디어의 전 세계 사용자 수는 45억9000만 명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60%가 적어도 하나의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ID)의 조사를 따르면 국내 소셜미디어 이용률은 2021년 기준 55.1%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며 2023년 기준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하나 이상의 SNS를 이용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소셜미디어의 사용량과 영향력은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건강한 사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각국에선 빅테크의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다양한 형태의 규제에 나서고 있다. 도파민이 나오게 하는 영상을 끝없이 보게 만드는 알고리즘이 ‘중독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 및 규제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추세가 보인다. 그 안에 있는 부유하고 완벽한 삶과 화려하고 자극적인 타인의 모습에서 눈을 떼기란 어렵다. 정보 제공, 타인과의 소통 등 소셜미디어의 긍정적인 영향도 존재하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영향도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

소셜미디어 때문에 현대인은 ‘부러움’이란 감정을 빈번하게, 자극적으로 느낀다. 소셜미디어의 발전은 개인이 필요 이상의 정보를 습득하게 하며 전에는 닿지 못했던 타인의 삶까지 보게 되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더욱 욕망하게 한다. ‘나도 이들처럼 살고 싶다’라는 부러움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자기 비하와 함께 우울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쉬우며 특히 젊은 세대는 이러한 자극에 더 취약하다.

내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에 부정적인 콘텐츠가 등장하지는 않는지 의식적으로 검토해 보자. 부정적인 콘텐츠를 한 줄로 정의할 순 없지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뿐만 아니라 우리 각 개인의 지난 상처를 자극하는 콘텐츠는 없는지, 자기 비하나 무기력함으로 이끄는 콘텐츠는 없는지 의식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

긍정적인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꿈만 같은 여행지들을 보여주는 콘텐츠는 단순히 보면 긍정적인 콘텐츠라 말할 수 있지만 그곳에 비해 현재 내 삶의 터전이 비루하게 느껴진다면 해당 콘텐츠가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없다. 긍정과 부정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중요한 건 나를 응원해 주는 콘텐츠를 탐구하고 자발적으로 그런 콘텐츠를 삶의 주변에 두려는 계획과 노력이다. 내 소셜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결정권은 내게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본인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는 콘텐츠들, 가령 동기부여를 주는 긍정적인 메시지, 동물들의 귀여운 영상, 자연의 소리 등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더욱 선택하고 시청하며 알고리즘을 정화해 보자. 여기에는 우리 자신과 알고리즘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가 중요하다는 것이 거의 모든 연구의 결과다. 즉 100점 행복 한 번보다 10점 행복 열 번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 과장된 행복이나 거창한 콘텐츠들은 우리 자신으로 하여금 오히려 행복의 빈도를 떨어뜨리기 쉽게 만든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알고리즘 역시 크기보다 빈도에 훨씬 더 민감하게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만의 긍정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의식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소셜미디어, 미소로 채우다’ 캠페인에서 개발한 플레이리스트는 알고리즘을 긍정적인 콘텐츠로 재교육하는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한다. 해당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함으로써 소셜미디어가 내 삶을 응원하는 도구로 거듭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소확행, 가심비 등 우리 사회에서는 어려운 상황 속에도 낙관을 선택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있었다. 소셜미디어가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가 된 지금은 의식적으로 내가 보는 콘텐츠를 파악하고 통제해야 한다. 아무리 긍정적인 콘텐츠라고 해도 본래의 의도를 벗어날 만큼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적당한 절제는 필요할 것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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