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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1400만 개미투자자 반발에 한발 물러선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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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에서 시행을 6개월여 앞두고 '신중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주식시장 위축, 연말정산 혜택 감소 등 만만찮은 부작용으로 민심이 싸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 혜택이 사라지면 해외 투자자들마저 국내 주식시장을 외면할 수 있어 보완 검토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셈이다. 9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개미투자자들의 정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금투세 보완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유산취득세 전환, 최대주주 주식할증평가 폐지 등 상속세 개정에는 '부자 감세'라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금투세는 서민 투자자까지 영향을 받는 만큼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부양가족 기본공제 제외' 문제 등에 대한 보완 입법에 나섰다. 한 민주당 의원은 금투세가 시행되면 부양가족이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해 연간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이 발생한 경우 1명당 150만원까지 공제해주는 인적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이를 손보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원천징수 방식 등 과세 방법에 대한 개정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조세 형평성 등에 대해서는 섬세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세개혁TF 소속인 임광현 의원도 "담세력 있는 부자들의 자본소득에는 정당한 과세를 하면서, 개미투자자들은 보호할 수 있는 금투세 보완책을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내년에 금투세가 도입되면 국내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은 기존 증권거래세(현행 0.18%, 내년 0.15%)에 더해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22~27.5%의 세금을 새롭게 물게 된다. 특히 금투세 공제금액인 연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을 본 자산가들이 실제 과세 대상이 되는데 이 같은 '큰손'들이 세금 부담 때문에 한국 증시를 떠날 경우 국내 증시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과세 대상이 아닌 1400만명 개미투자자들 입장에서도 금투세 도입 시 예상되는 피해가 상당하다. 반기별로 세금을 원천징수해 투자의 복리효과를 없애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투세는 기존의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와 달리 과세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아닌 원천징수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내 주식의 경우 양도수익 5000만원 초과, 해외 주식은 양도수익 250만원 초과면 무조건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다. 그 결과 다음 반기에 투자할 시드머니를 줄이기 때문에 세후 수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연말정산 때 인적공제 혜택을 못 받게 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미성년자 명의 계좌나 직계존속 계좌에서 국내외 주식·채권·펀드 수익이 100만원을 초과하면 인적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국내 주식뿐 아니라 채권, 해외 주식, 펀드 등 모든 자산을 금투세 시행 전인 올해 안에 대거 매도하는 '주식런' '펀드런'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유예 및 조정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 여당 측은 유예를 반복하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을 안기는 것보다는 폐지가 낫다는 입장이다.

[위지혜 기자 / 김태성 기자 / 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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